서남물재생센터 등 서울 시내 곳곳의 물재생시설 공사 과정에서 흙막이 가시설에 부적합 자재를 써 온 것으로 서울시 감사위원회 감사에서 드러났다. 지난해 동작구 상도유치원 붕괴사고의 원인이 바로 흙막이 가시설에 부실 자재를 쓴 것으로, 자칫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9일 감사위의 ‘물재생시설 개선사업 및 하수분야 시설공사 특정감사 결과’를 보면 시 도시기반시설본부는 ‘중랑물재생센터 3차 처리시설 설치사업’을 진행하면서 3개사에 건설사업관리를 맡겼는데, 건설 감독을 대행하는 이 업체들은 앵글 보걸이 1개 미설치 등 설계도면과 다르게 시공했는데도 시공자에게 시정 지시를 하지 않았다. 도기본은 건설사업관리가 성실히 수행되는 지 살펴야하는 데도 점검을 소홀히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흙막이 가시설 버팀공법을 신공법으로 변경하면서, ‘신기술 자체공법선정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고, 시공자 측이 원하는대로 바꿔 특혜 우려와 행정 신뢰성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도기본은 또 서남물재생센터에 흙막이 가시설 자재인 H형강을 KS 품질기준에 적합한 지 품질 시험을 실시하지 않고 사용했고, 손상이 있는 부적한 H형강을 7곳에 임의 사용했으며, H형강 재사용으로 재료비 3157만원을 과도하게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초구는 강남역 일대 유역분리터널 설치공사, 안골천 우수암거 단면 확장공사, 사당천 단면확장 하수암거 신설공사 등 3건에서 각 시공자가 흙막이 가시설에 H형강을 새 제품을 사용하겠다고 자재 공급 승인 요청서를 제출했음에도, 실제 공사에선 구멍이 뚫려 있는 부적합 중고 H형강을 썼다. 서초구는 또 KS 품질시험도 실시하지 않았다.

서초구는 또 ‘양재근린공원 우수저류조 설치공사’ 를 2015년 12월 31일 A건설사와 계약할 때 구조물 동바리 공종 수량 산출 시 적산기준을 표준 보다 10%포인트 높여 적용, 공사비 4445만원을 과다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는 과다 지급분에 대해 시공사를 상대로 회수하라고 통보했다.

강서구와 서초구는 하수관리 비굴착 신기술을 도입하면서, 거쳐야할 심의 절차를 건너 뛰어 업체에 특혜를 제공했다.

중랑구, 강서구, 서초구 등 3개구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모두 72건의 하수관리 정비를 시행하면서 시공자로부터 품질시험계획을 제출받지 않거나(21건), 나머지 제출받은 52건도 적정성 검토 등 승인절차를 밟지 않았다. 3개구는 품질관리비를 모두 1억2626만원 과다 지급했다.

중랑구는 2016~2018년에 하수시설물 유지보수 공사 4건을 진행하면서 4244만원의 비용을 과다 지급했다. 중랑구가 2018년 8월 준공한 중랑천 보도육교 공사의 경우 부실 시공이 적발됐다. 시공자가 경사로의 하중을 지지하기 위해 설치하는 기둥 및 기초 개수를 설계도면 상 159개 보다 85개 적은 74개로 임의 축소해 시공, 2219만원의 공사비가 과다 지급됐고, 기초 구조물의 안전사고 위험이 높아졌다.

이번 감사는 지난 3월4일부터 4월8일까지 시 도시기반시설본부, 중랑구, 강서구, 서초구를 대상으로 2016년 이후 계약된 5억원 이상 건설사업 117건을 조사했다. 중대 결함이나 비위 사항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공사비 과다 설계 등 모두 22건이 지적 사항이 발견됐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