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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 미술관 관람객 변화상에 주목해야

관람객이 미술을 감상하는 방식이 크게 변했는데도 미술관 관계자들만 모르는 게 아닌가 라는 의문을 갖게 됐다. 실제로 대다수 미술관이 좋은 전시를 기획하면 미술관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는 전통적 사고에만 머물러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큰 인구집단을 이루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 초반~2000년 초반 출생한 세대)가 전시를 감상하는 주역으로 떠올랐고, 이 거대한 집단이 관람 문화 자체를 바꿔 놓고 있다.

이들의 특징은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주변 사람들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며, 전시콘텐츠와 스토리가 풍부하고 오감으로 경험하는 새로운 문화공간을 원한다는 것이다. 국내 미술관들이 새롭게 떠오른 문화소비층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는 틈새를 복합문화공간이 대신 채워주면서 한국 문화예술계 지형이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 복합문화공간은 미술관, 공연장, 음악당, 강연장, 영화관, 서점, 카페, 레스토랑 등 단일 공간을 하나로 묶은 복합적 기능의 열린 문화공간을 말한다.

복합문화공간은 미술작품을 관람하는 전시장을 넘어 자리 이동 없이 한 공간에서 문화적 욕구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예를 들면 작품을 감상한 후 영화를 보거나 공연을 즐기고, 책을 읽다가 커피를 마시고, 예술가에게 작품 설명을 듣고 예술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한 공간에서 오감을 충족시킬 수 있어 관객 입장에서는 만족도가 매우 높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다양한 문화 수요를 충족시키는 복합문화공간이 생겨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국민세금으로 ‘폐산업시설 문화재생 사업’ 정책을 펼치며 버려진 공간들을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가히 ‘복합문화공간의 전성시대’라고 부를 만큼 문화트렌드를 주도하는데도 국립현대미술관을 포함한 대부분의 공사립미술관이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는 경영전략을 세우거나 위기감을 갖지 않는다.

예외적으로 관람객의 숨은 욕구를 발 빠르게 포착해 성공사례를 만든 국내 미술관도 있다. 강릉의 하슬라아트월드는 2003년 설립된 등록사립미술관으로 미술관, 조각공원, 작가 레지던시, 예술체험관, 공연장, 레스토랑, 카페, 호텔을 통합한 복합문화예술공간을 국내 최초로 선보이며 뮤지엄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하슬라아트월드는 국내 여행 활성화에 기여한 업적을 인정받아 지난 8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추천 가볼만한 산업관광지 20곳’에 선정되었다. 모든 국내 미술관이 복합문화예술공간을 지향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전시, 연구, 교육, 수집 등 미술관의 고유 기능과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일도 큰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관람객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스타소장품이나 차별화된 전시기획력이 부족한 국내 미술관의 한계를 냉정히 인식해야만 한다.

미술사를 수놓은 명화들을 소장한 세계 유명미술관들이 복합문화공간으로 빠르게 진화하는 변화상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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