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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 머금은 빛의 색 캔버스로 스며들다
리안 갤러리 서울 ‘김택상 개인전’
김택상, Breathing light-Apricot, Water, acrylic on canvas 183 x 125 cm, 2018-2019.[리안갤러리 제공]

색면 추상을 마주하면 마크 로스코(Mark Rothko)와 바넷 뉴먼(Barnett Newman)이 떠오른다. 이들 두 대가와 비교는 필연이다. 중요한 건, 이들과 무엇이 다른가로 좁혀진다. 다시말해 오리지널리티가 있느냐다. 한국 단색화 후세대 작가로 꼽히는 김택상의 작업도 이같은 질문을 피해가기 어렵다. 그러나 그의 작업은 ‘맑다’. 캔버스위에 여러번 색을 덧칠하거나 얹어 색면을 만들어내는 두 서양 거장과 달리 김택상의 색은 캔버스 안에 침투해 있다. 극소량의 아크릴을 희석한 물을 큰 판에 붓고 그 위에 수성 캔버스가 잠기도록 한다. 미세한 물감 알갱이가 캔버스에 스며들고, 이 과정을 색을 달리하며 수없이 반복하면 맑은 색면이 드러난다.

맑은 색면추상이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리안갤러리 서울에 걸렸다. 김택상작가가 리안에 전속된 후 처음 개최하는 개인전이다. ‘색과 빛 사이에서(Between color and light)’라는 전시주제처럼, 작품은 해가 들이치는 창가에도 자리잡았다.

작가는 1990년대 영국 런던의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우연히 발견한 화산 분화구의 ‘물 빛’을 인상 깊게 본 뒤 물을 머금은 빛의 색을 작품으로 구현하기 위해 이같은 양식을 고안하게 됐다고 말한다. “색을 통해 빛을 구현하려 했다”는 작가의 설명처럼 그윽하고 부드러운 색조가 캔버스 안에서 떠오르듯 자리잡았다.

리안 갤러리는 “이러한 창작 기법은 1970년대 한국 단색화에서 나타난 반복적 행위의 수행적 태도와 정신을 계승한다”면서 “물에 적시고 건조하는 과정은 매우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데, 때로는 10년 이상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단색화 후세대로 불리는 것이 부담스러울 법도 한데, 작가는 이는 풍토성의 문제라며 선배 세대와 유사성이 있음을 인정해야한다고 했다. “작가에게 몸은 풍토다. 똑같은 씨앗이라도 어디에 심느냐에 따라 다 다르게 자란다. 그 땅의 물과 바람이 다르기 때문이다. 단색화를 (모노크롬의 하나로 볼 게 아니라)그런 맥락에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가는 “서구의 색 개념이 표면에 빛이 반사되어 나타나는 표면색으로 이해한 것이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의 색 개념은 물질 그 자체에 담긴 본래의 색인 색소색과 구조색으로 나뉘며, 내가 추구하는 색 표현은 바로 이와 같다”고 강조했다. 전시는 내년 1월 10일까지. 이한빛 기자/vic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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