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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지않는 디플레 우려] 11월 물가도 0.2%, 초저물가 지속…수요 위축에 올해 물가 사상 최저 현실화
통계청, 11월 소비자물가 발표…근원물가도 20년만의 최저수준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0%대 초반의 초저물가가 지속되며 경기 침체 속에 물가가 하락하는 최악의 디플레이션(deflation)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계절적 변동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을 제외한 근원물가도 20년만의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이런 상태가 지속될 경우 올해 연간 물가는 0%대 중반에 머물러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65년 이후 사상 최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많다.

2일 통계청의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7(2015년=100)로 1년 전에 비해 0.2% 상승했다. 공식 물가가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올 7월 이후 4개월 만이다. 소비자물가는 8월에 소수점 한자리까지 따지는 공식상승률 상 보합(0%)이었지만 사실상 하락(-0.04%)했고, 9월에는 0.4% 하락해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10월에도 공식적으로는 보합이었다.

지난달 물가가 소폭이나마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지난해 급등했던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 하락의 기저효과가 약화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근저에는 전반적인 경기 부진에 따른 수출·투자·소비 등 크게 둔화된 총수요가 자리잡고 있다는 점에서 디플레이션 우려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특히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지난달 0.6% 오르는데 그쳤다. 이는 1999년 12월 이후 약 20년만의 최저치였던 지난 9월(0.6%)과 같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는 0.5% 상승했다. 이 역시 1999년 12월(0.1%) 이후 약 20년만의 최저치였던 지난 9월과 같은 수준으로, 경제 내부의 인플레 압력이 낮음을 보여주었다.

올해 1~11월 누적 소비자물가는 0.4% 올라 같은 기간 기준으로 1965년 통계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될 경우 올해 물가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많다. 이전 연간 최저 물가는 국제유가가 급락했던 지난 2015년의 0.7%이며, 외환위기 때인 1999년에는 0.8% 올라 역대 2위를 기록했다. 외적 충격이 적었던 상태에서 이처럼 초저물가가 나타나는 것은 처음이다.

지난달 품목별 물가 영향을 보면 농산물의 경우 지난달 5.8% 하락해 전체 물가를 0.25%포인트 끌어내렸고, 석유류 가격은 4.8% 하락해 전체 물가를 0.22%포인트 끌어내렸다. 지난 10월에 농산물이 7.5%(기여도 -0.35%포인트), 석유류가 7.8%(기여도 -0.37%) 각각 하락했던 것과 비교할 때, 이들 두 폼목의 기저효과가 완화된 것이 전체 물가의 상승세 전환에 결정적 역향을 미친 셈이다.

반면에 외식을 포함한 개인서비스 물가는 지난달 1.6% 올라 전체 물가를 0.52%포인트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고, 가공식품류 물가도 1.9% 올라 전체 물가를 0.13%포인트 끌어올렸다.

기획재정부는 “최근의 저물가 흐름은 수요측 물가압력이 낮아지는 가운데 공급측 요인과 정책요인에 의해 나타난 현상”이라며 “기저효과 등 특이요인이 완화되면서 연말에는 0% 중반대로 회복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물가 흐름 및 물가 상・하방 리스크 요인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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