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8일 “대화와 타협의 큰 길이 반드시 열리지 않는다면 우리는 국회법이 정해 놓은 절차에 따라서 또 다른 길을 추진하지 않을 수 없으며 7개월 넘게 이어진 패스트트랙 정국을 이제 끝내야 한다”며 자유한국당을 재차 압박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자유한국당까지 포함하는 합의의 길을 포기하지 않겠지만 무작정 시간을 기다릴 수만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의 신설에 동의만 한다면 우리 민주당은 협상에 매우 유연하게 나설 것”이라며 “우리는 끝까지 대화와 타협 협상과 합의의 노력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북미정상회담 자제 발언 논란과 관련해서도 경악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면서 나 원내대표 발언엔 공세모드를 취한 것이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나 원내대표의) 이 말이 사실이라면 자당의 정파적 이익을 위해 나라와 민족의 운명을 볼모로 잡겠다는 너무나도 경악스러운 일”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조 위의장은 “한국당의 총선 성적이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보다 중요하단 말이냐”며 “만일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에 맞서 국회의 일치된 뜻을 전달하기 위해 떠난 방미중에 뒤로 이런 일을 벌였다면 나 원내대표의 방미 목적은 북미정상회담 저지에 방점을 두었다는 것”이라며 각을 세웠다 그러면서 “나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방미 성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라면 거짓말을 한 셈”이라며 비판 수위를 끌어올렸다.
그는 “선거 승리를 위해서라면 평화도 안보도 다 필요없다는 나 원내대표의 반역사적 인식에 깊은 절망감을 느낀다”며 “아무리 선거가 중요하다 해도 정치에 금도가 있고 정치인이 결코 해서는 안될 것이 있는 법인데, 나 원내대표는 최소한의 선을 넘은 것”이라며 지적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자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해괴한 궤변으로 사태를 모면하거나 거짓말을 할 게 아니라 자신의 발언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즉각 해당 발언을 취소하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강훈식 민주당 의원도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나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우리가 약점 잡힌 부분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그런 말 때문에 미국이 방위비 협상 국면에서 조금 더 내부적 갈등이 있으니까 내가 이걸 잘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있고, 미국으로서는 이렇게 할 때도 저렇게 할 때도 이 입장들에 대한 정치적 해석들이 추가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입장에서 굉장히 협상이 유리한 국면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고, 반대로 우리 입장에서는 협상이 불리해졌을 뿐더러 사실은 대외적으로 우스운 모양새가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현정 기자/ren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