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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출업자와 짜고 고의부도…‘은행돈 7억 편취’ 무역업자 검거

[헤럴드경제(부산)=윤정희 기자] 부산본부세관(제영광 세관장)은 중국 수출업자와 짜고 국내 은행 돈 7억4000만원을 중국으로 빼돌려 편취한 국내 수입업체 대표와 공범을 함께 적발해 구속한 후 부산지검에 송치했다.

부산에 소재한 A수산 대표 김모(43) 씨는 최근 경영악화로 인해 회사가 부도 위기에 처하자, 평소 거래하던 중국의 수산물 수출자인 한국인 양모(59) 씨와 짜고 국내 은행의 돈을 중국으로 빼돌린 후 나눠 갖기로 공모했다.

범행은 수입자가 수출자에게 사기를 당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수법으로 치밀하게 이루어졌다. 국내 수입자인 김모씨가 품질 좋은 갈치 7억4000만원 어치를 중국에서 수입하는 것처럼 국내 은행에 수입신용장을 개설하면, 수출자 양모씨는 사료용으로나 사용할만한 질 낮은 냉동 갈치를 구해서 갈치 포장 박스 맨 윗단에만 품질 좋은 갈치를 얹어서 포장한 후 한국으로 수출했다.

갈치 박스를 열어보면 품질 좋은 갈치이지만 그 밑에는 크기가 반도 안 되고 품질이 형편없는 갈치로 채워져 있었던 것이다. 양모씨가 이렇게 포장해 수출한 갈치를 국내에서 받아본 김모씨는 각본대로 수출자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갈치의 인수를 거절했다.

수입자 김모씨는 국내 은행에 사기를 당했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 수출자에게 갈치의 품질에 대해 클레임을 제기하는 내용의 거짓 이메일을 보내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김모씨가 중국 수출자에게서 사기를 당했다며 수입물품의 인수를 거절 하자, 수입신용장을 개설해준 국내 은행은 울며겨자먹기로 갈치 대금 7억4000만원을 중국에 있는 수출자 양모씨에게 대신 지급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수입자를 대신해 수출자에게 수입대금 지급을 보증하는 수입신용장 제도에서는 수입물품의 서류만 제대로 갖추어지면 은행이 수입대금을 대신 결제해줄 수밖에 없는데(수입 신용장 추상성의 원칙), 이러한 수입신용장 제도의 허점을 수입자와 수출자가 교묘히 악용했기 때문이다.

세관은 해외로 빼돌린 국내 은행돈의 사용처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중국으로 빼돌린 돈의 일부(한화 3억6000만원 상당)를 환치기로 국내 송금해 자금 세탁한 사실도 추가로 밝혀냈다.

이번 사건은 은행들이 사기로 의심 가는 피해를 입었으나, 이를 입증하지 못하던 상황에서, 세관에 수사를 요청해 해결된 사건이다.

부산본부세관은 이러한 유형의 범죄가 무역 제도의 허점을 알고 교묘히 파고들어 국내 은행 돈을 해외로 빼돌리고 자금세탁까지 한 무역 전문가들의 범죄라고 평가하면서, 이와 비슷한 수법으로 피해를 입은 은행들이 있으면 무역 관련 범죄의 전문 수사기관인 세관에 적극적으로 신고해 줄 것을 당부했다.

cgn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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