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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릴때부터 폭력·폭언에 찌든 운동선수들…엘리트 체육의 ‘그늘’
인권위, 운동선수 실태조사 마무리
“코치 폭력 여전…근본대책 필요”

“빙상만 해도 여전히 폭언 폭행을 하는 코치들이 있다. 여기저기서 문제제기를 하는데도 여전히 그런 코치들이 있다는 것은, 드러나도 징계가 약하기 때문이다. 코치들은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5일 실엄팀 선수에 대한 인권실태 전수조사 결과를 끝으로 6개월간 운동선수 실태조사를 사실상 마무리지은 가운데 여준형 젊은빙상인연대 대표는 26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제도의 근본적 개선 없이는 ‘엘리트 체육’의 폐해가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1월 쇼트트랙 간판 심석희를 도와 한국 엘리트 체육의 그늘을 하나둘씩 드러낸 여 대표는 “어린 선수들이 상급학교 진학시 평가하는 것은 거의 100% 등수와 숫자로 표기되는 경기능력”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진학권’을 가진 코치와 감독들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했다. 또 “근본적이 제도 개선이 없으면, 폭행 폭언하는 코치들은 사라지지 않는다”며 “강력한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인권위가 잇따라 내놓은 실태조사는 엘리트 체육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파장을 일으켰다. ‘초중고 학생선수 인권실태조사’에 응한 5만7557명의 초중고 학생선수 중 34.2%가 ‘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성인이 되면 그 피해는 더 커진다. ‘실업팀 성인선수 실태조사’에 응답한 1251명의 실업선수중 언어폭력(33.9%), 신체폭력(15.3%), 성폭력 경험(11.4%) 등 폭력을 당했다고 답한 선수는 60.4%가 됐다.

충격적인 사실은 운동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폭력’에 길들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신체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선수(2320명) 중 38.7%가 ‘폭력을 당하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배구를 하는 초등학생 선수는 조사에서 “미워서 때리는 것은 아니니까 맞아도 괜찮다. 그냥 운동하면서 맞는 거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대택 국민대 체육학부 교수는 “엘리트 체육의 폐해를 막기 위해서는 진학이나 입시에서 경기력 외에 다른 요인을 추가해야 된다”며 “또 운동선수가 진학을 할때나 사회적 활동을 할때 그들이 딴 메달 색깔과는 별도 트랙으로 새로운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감독과 코치에 대한 인권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명우 경동대학교 체육학과 교수는 “지금도 코치와 감독에 대한 인권 교육은 이뤄진다. 하지만 1년에 한번씩하는 예비군 교육처럼 진행되는 교육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인권 교육이 더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병국·김민지 기자/c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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