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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다시 살아 돌아온 소주성 망령…새해에도 최저임금 한파는 계속된다

잊혀진 줄만 알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국회 시정 연설에서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을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소주성’을 언급한 것도 올해 1월 광주광역시청에서 열린 ‘광주형 일자리 투자협약식’이 마지막이었다.

소주성이 최근 다시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 키워드에 올랐다.

지난주 TV에 출연해 ‘국민과의 대화’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이 소주성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종합적인 대책을 내놓겠다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분야가 있을 수 있고, 한계선상에 있는 노동자는 고용 시장에서 밀려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어 종합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다.

정부는 소주성 정책과 최저임금을 동일시하는 오류를 경계하면서도 소주성의 핵심에 최저임금이 있다고 보고 있다. 확연해진 경기 부진 흐름 속에 최저임금은 내년 한국 경제의 화두로 다시 떠오를 것이 분명해 보인다.

지난달 8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이 선서하고 있다. [연합]

내년부터 적용될 최저임금은 올해 대비 2.9% 오른 8590원이다. 2010년 최저임금(전년 대비 2.8% 인상)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인상률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올해 8350원(10.9% 인상), 2018년 7530원(16.4% 인상)으로, 집권 이후 10% 이상이었던 인상폭이 크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이를 두고 정부의 정책 전환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공정경제라는 기반 위에서 기존의 소주성에서 혁신성장으로 정책의 방점이 옮겨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현 정부에서의 경제 성적은 참혹하기 그지 없다. 일자리 정부를 자처한 구호가 무색할 만큼 일자리의 질이 나빠져다.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실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10월까지 당해 연도 취업자를 주당 취업 시간별로 분석한 결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난 2년(2017~2019년) 동안 주 30시간 이하 취업자는 148만7082명에서 198만1236명으로 49만4154명이나 늘었다.

이는 노동의 유연성을 강조했던 앞선 정부와 비교해도 심각한 수치다. 2015~2017년(10월 기준) 사이 주 30시간 이하 취업자는 141만6925명에서 148만7082명으로 7만157명이 느는데 그쳤다. 현 정부의 증가분에 7분의 1 수준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유지했던 지난 2년간 새로 취업한 근로자 중 상당수가 ‘파트타임’ 일자리라는 뜻이다. 고용의 안정성에 목소리를 높여 온 현 정부의 노동정책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해 단기일자리만 늘린 셈이다.

더불어 정부는 정책 효과가 계층별, 연령별로 다르게 나타나기 마련이라는 기초적인 상식을 인지하고 있는지 조차 궁금하게 만든다. 각각의 개별적인 요구에 모두 부응하려다 보니 정책의 일관성은 물론 정부에 대한 신뢰도까지 상실하게 만들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자체별 생활임금을 발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전남 나주시는 생활임금을 내년 최저임금 8590원보다 640원(7.5%) 많은 시간 당 9230원으로 정하고 있다. 서울시 구로구의 내년 생활임금은 1만523원으로, 정부의 최저임금보다 22.5%나 높다.

지자체조차 시장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정책 기조는 들쭉날쭉하고 있다.

정부가 갈지자 행보를 하는 동안 앞서 언급한 주 30시간 이하 취업자 현황에서 보듯 최저임금 인상의 취지는 무색해지고 있다. 근로자의 일할 권리를 보장하고, 가계의 구매력을 높여주자던 목표와는 정반대의 결과가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도 어느정도 인지하고 있지만 정책의 근간을 바꾸지는 못하고 있다. 현 정부의 기존 철학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땜질식 처방만 나올 수 밖에 없고, 경제의 선순환이 아닌 악순환이 거듭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주 ‘국민과의 대화’에서 언급한 ‘종합적인 대책’은 언제쯤 가시화할 수 있을까. 내년에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계속될 미중 무역분쟁 등 글로벌 각자도생의 시대에서 국내에서는 총선이라는 굵찍한 이벤트가 예정돼 있다. 경제에서 예측가능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제정책의 대전환과 함께 일관된 추진이 그 어느때보다 긴요해 보인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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