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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누가 골든리트리버를 화나게 했는가

유튜브에 정치방송이 많지만 매일 현실에서 정치를 다루는 사람은 그것이 지루할 수 밖에 없어 오히려 반려견 관련 영상들을 즐겨본다. 반려견과 관련해서 “골든리트리버가 화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를 다룬 영상이 있었다. 반려견 훈련 사업가인 강형욱 씨는 골든리트리버에 대해 “100개의 옐로카드를 가졌고, 한숨 자고 나면 옐로카드가 전부 회복된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별명이 천사견일 정도로 차분하고 유순한 성격을 지닌 골든리트리버의 화를 돋구려면 정말 피곤하게 굴어야 한다.

공교롭게도 지난 주말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의 불출마 기자회견을 보면서 가장 먼저 골든리트리버 생각이 났다. 사람을 반려견에 비유하는 것이 조심스럽기는 하다. 김세연 의원은 화를 내거나 강한 표현을 하는 것을 보기 힘든 사람이다. 김 의원이 전국적 인지도의 정치인은 아니지만 그를 아는 사람은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만한 비유일 것이다.

조국 사태로 악전고투한 민주당이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내세운 카드 중 하나는 당내비판을 꾸준히 해온 금태섭 의원을 총선기획단에 포함한 것이었다. 어차피 총선기획단이 실질적인 권한이 크지 않은 요식행위성 조직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그 파장은 상당했다. 당 밖의 새로운 인재를 영입한 것도 아니었고, 금 의원이 한 내부비판이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와 같은 큰파장을 낳았던 것도 아니었지만 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위기의식을 갖고 있고 그 단추는 다른 의견에 대한 포용에서 찾겠다는 것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했다.

언제나 총선의 으뜸 키워드는 지형의 확장이다. 19대 총선에서 박근혜 비대위는 서울 두 곳에 무공천을 한다. 정태근 의원의 성북갑과 김성식 의원의 관악갑이었다. 두 의원은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재창당을 비롯한 강도 높은 쇄신안을 거부하자 정면 반발해 탈당했다. 가장 강한 형태의 항명을 감행했지만 당내 개혁 세력이었던 그들에게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마지막까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결국 총선 승리를 만들어 냈다.

김세연 의원은 올해 6월에 황교안 대표가 종로에 출마하는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했지만 5개월 이상 무응답이 이어졌다. 그런 무변화가 준 절망이 지금의 불출마 선언으로 터져 나온 것이다. 그런데 한국당의 발전적 해체와 현 지도부의 불출마를 요구한 김 의원을 황교안 대표가 금태섭 의원같이 품을 수 있을까.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본인이 오른쪽에서 의심받을 일이 없는 지도자라는 것을 알았고, 그 점을 활용해서 왼쪽에 대한 공략에 나섰다. 김종인 영입으로 경제적 좌클릭을 해냈고, 이상돈 영입으로 MB정부와의 차별화에 성공했다. 일부 강경보수가 비판해도 그 길을 견지했기 때문에 민주당이 “도저히 질 수 없는 선거”라고 표현한 선거에서도 새누리당은 승리했다.

그런 박근혜 대통령도 대통령이 된 이후로는 20대 총선에 이르러서는 자신과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만 함께하려다가 총선에서 패배하고 탄핵에 이르고 말았다. 정치지형을 넓게 쓰지 못하는 지도자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예나 지금이나 관대하지 않다.

99%의 사람에게 살갑게 대하는 것이 유전적 형질인 골든리트리버가 자유한국당을 존재 자체가 민폐라고 표현했다면 지금 대한민국의 제1야당은 골든리트리버도 이해못하는 1%의 특이한 사람들의 관념대로 운영되는 정당일 수밖에 없다. 정당은 큰 틀에서 절반이 넘는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선거에 승리할 수 있다. 지형을 넓혀야 한다. 바뀌지 않고 통합만 하면 선거를 치를 수 있다는 오만함에 이미 국민들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것이 여론조사 상의 수치이다. 보수의 각 주체가 바뀌기 위한 노력을 하고 새로운 보수의 길을 다잡는 데 매진하면 나중에는 오히려 국민들이 제발 힘을 합쳐서 문재인 정부를 견제해 주길 바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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