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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첨단소재 국산화 ‘연구플랫폼’ 강화부터”
韓日 경제전쟁 100일…
정부 ‘소부장’ 경쟁력 강화대책 마련
연구개발 5조·금융세제 35조 지원
화학硏, 전방위 소재 국산화 첨병役
중기 기술지원·실증테스트베드 구축
화학연 화학소재연구본부 연구원들이 탄소 나노튜브 트랜지스터 센서의 문제점을 확인하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제공]
화학연 연구진이 디스플레이용 코팅소재로 활용되는 폴리이미드를 합성하고 있다.[한국화학연구원 제공]

지난 8월 2일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제외한지 100일이 지났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수적 핵심소재인 포토레지스트, 고순도불화수소, 폴리이미드 등 일본이 세계 시장에서 70% 이상 독과점 지배력을 행사해온 3대 품목의 수출규제로 인해 국내 산업계는 여전히 비상 상황을 맞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이들 3대 수출규제 품목 일본 의존도는 포토레지스트 91.9%(1억 달러), 고순도불화수소 43.9%(2844만 달러), 불화폴리이미드 93.7%(1214만 달러)에 달한다.

정부는 중장기적인 국산화 연구개발(R&D)을 골자로 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을 내놓고 근본적 해결방안 마련에 착수한 상태다. 오는 2025년까지 5조원의 연구개발 예산을 투입하고 35조원 규모의 금융 세제 지원, 규제특례 지원 등 국가차원의 총력전도 선언했다.

이번 대책은 조기확보가 시급한 핵심소재뿐만 아니라 대일 무역전쟁을 계기로 위험성을 노출한 대외 의존형 산업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중장기적 전략을 포함하고 있다.

▶첨단소재 확보 장기 연구개발 투자 필수=대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국산화 첨단소재를 확보하는 것이다.

첨단소재 중에서 폴리이미드는 1960년대 초 미국 듀퐁사가 개발한 뒤 1980년대 거의 모든 전기전자제품으로 활용범위가 확대됐다. 일본 도레이사가 개발한 카본블랙, 탄소섬유도 현재는 항공우주, 군사 분야 필수 소재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초고속·초연결, 지능화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에서 고부가가치 첨단소재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재 R&D 기간 단축 및 투자를 효율화하고 상용화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과 연구플랫폼 강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제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소재연구 기간의 획기적 단축 및 연구 성공률 제고를 위한 국가 차원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11년부터 새로운 소재의 체계적 발견, 발견에서 상용화까지의 기간 단축을 주목적으로 국가차원의 MGI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소재강국 일본도 2015년부터 재료과학과 정보과학을 융합한 소재개발 프로젝트인 ‘MI2I’를 가동 중이다.

정택모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소재연구본부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대 초 설정했던 대일의존도가 높은 핵심소재 100대품목은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다”라며 “이번 사태를 기회로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중장기적 관점으로 국산화 연구개발을 진행해 똑같은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기 지원·테스트베드 구축=현재 과기정통부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은 일본의 수출 규제를 대응하기 위한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R&D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장기간에 걸친 원천기술 연구를 통해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기업이나 대학보다는 정부출연연의 역할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한국화학연구원은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 화학소재 현안대응 TF를 통해 중장기적 화학소재 국산화 기술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불소 소재의 경우 지난 1990년부터 연구개발에 착수, 불소윤활유, 투명 불소고분자, 액정 지문방지제, 연료전지용 과불소이오노머 등을 개발하는 성과를 거뒀다.

정 본부장은 “반도체 세정공정 장비용 불소계 코팅소재, 불소함유 폴리이미드 등 수출규제 관련 핵심소재 연구를 확대할 계획”이라면서 “산학연 협력 네트워크 구축 등 화학소재 현안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TF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학연 TF는 관계기관 기술검토와 자문, 화학소재 중소기업 기술상담 및 연구시설을 활용한 시험·분석·평가 지원 등 테스트베드 역할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에 걸친 소재 국산화 첨병 역할을 담당한다는 계획이다.

단기적으로는 중소기업 애로기술 지원, 소재산업 실증 테스트베드에, 중기적으로는 국내 생산 불가능한 소재에 대한 기술개발 과제를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화학 신소재 창출 전략을 수립해 나가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 본부장은 “4차 산업혁명 기반 신산업과 주력산업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첨단화학소재를 개발하고 중견기업을 육성하는 생태계 구축에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출연연이 소재발전을 위해 기업이 못하는 연구와 소재전문가 인력양성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면서 “화학연은 미래원천소재 기술 개발을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에도 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본혁 기자/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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