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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정위 "수의계약 대신 경쟁입찰 해라" 압박 vs 재계 "현실 모르는 처사" 반발
'일감몰아주기 심사지침' 12월 중 시행
내부거래 금액 대비 수의계약 비중 87%
수의계약 축소·경쟁입찰 확대 유도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계열사 간 수의계약을 문제 삼고 나섰다. 제멋대로 거래 업체를 선정함으로써 일감 몰아주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대신 경쟁입찰을 통해 내부거래를 한다면 제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재계는 "현실을 모르는 조치"라고 비판한다.

공정위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행위 심사지침'을 마련했다고 13일 밝혔다. 오는 27일까지 행정예고를 하고 내달 중 실시할 예정이다.

공정위의 이번 심사지침 방점은 '수의계약 축소·경쟁입찰 확대'이다. 앞으로 경쟁입찰을 거친다면 총수일가 지분이 20~30%인 계열사와 대규모 거래를 하더라도 공정위가 일감 몰아주기로 제재하지 않는다. 적법한 선정 과정을 거쳤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창욱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내부거래의 대부분이 수의계약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며 "합리적 고려나 비교 과정이 없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의 수의계약이 경쟁입찰로 전환된다면 일감 개방 문화가 확산돼 중소기업에도 사업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대기업의 내부 거래 비중(매출)은 11.2%(9조2000억원)에 이른다. 이 중 86.8%(8.0조원)이 수의계약으로 체결됐다.

공정거래법은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합리적인 고려나 비교를 생략한 거래'로 규정한다. 지난 6월 태광그룹 계열사는 총수일가의 개인 회사로부터 김치, 와인을 아무런 합리적인 고려 없이 사들였다가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기도 했다.

재계는 크게 반발한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팀장은 "경쟁입찰을 하지 않으면 전부 부당한 내부거래로 보겠다는 것"이라며 "(생산부터 유통까지) 그룹 수직계열화에서 삼성, LG전자가 휴대전화를 만들 때 계열사 디스플레이를 사용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시스템통합(SI) 공사의 경우도 보안성, 안전성 문제 때문에 수의계약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공정위가 기업이 처한 현실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규모 내부거래의 경우 이사회의 승인을 거치는 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일감 몰아주기로 간주해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의 다른 예외 기준인 효율성과 보안성, 긴급성에 대해서도 엄격한 잣대를 내놨다. 매우 예외적이면서 드문 사례를 제시하고, 이 경우에만 내부거래를 인정하겠다는 취지다.

먼저 효율성 증대 효과가 명백하게 인정될 때만 내부거래를 허용한다. 특정 계열사의 부품·소재를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경우, 전문화된 계열사와 거래하는 경우 등이 대표적인 예다.

보완성 요건도 매우 까다롭다. 방산업체가 국가안보에 관한 비밀정보를 취급하는 경우, 신제품 운송·인재채용 시험지 보관 등 철저한 보안이 요구되는 경우 등으로 사례를 한정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와 같은 사례는 긴급성 요건에 포함됐다. 천재지변이나 긴급 전산사고 등으로 문제가 생길 경우 예외적으로 내부거래가 인정된다.

결국 이러한 요건을 채우지 못한다면 경쟁입찰과 같은 절차를 통해 거래를 하라는 게 공정위의 뜻이다.

유 팀장은 "법 해석을 너무 세게 했다"면서도 "판단 잣대가 모호한 조항이 여전히 남아 있는데 이는 애초부터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사익편취가 발견된다면 배임 또는 횡령 등 형법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정예고에 들어간 심사지침은 기존 심결례·판례 등을 반영해 만들어졌다. 기존에 존재했던 가이드라인이 행정지도에 불과하고 불명확한 부분이 있어 법규성이 있는 예규 형태의 심사지침으로 상향 제정했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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