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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상조사 응한 것 후회”… 5·18 계엄군 성폭력 확인 1년, 달라진 건 없었다
일부 피해자 2차 피해, “조사 응한 것 후회한다고 말해”
성폭력 17건, 피해자 대부분 10~30대…가해자 확인 못해
518 단체 “올해 안해 진상조사위 꾸려져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성폭행 사실이 정부 공식 조사에서 확인된 것을 발표한 후 고개 숙여 사과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성폭력 피해자들이 정부의 조사에 응한 것을 후회한다고 말하고 있다”

31일은 지난 1980년 5·18 민주화 운동 당시 계엄군에 의한 성폭력 사실이 확인된 지 1년째 되는 날이다. 하지만 그동안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피해자로부터 가해자 정보를 취합했지만 이에 대한 조사를 못했음은 물론이고 조사 권한을 가진 ‘진상규명위원회’도 꾸리지 못했다.

최근까지 피해자들과 소통을 하고 있다는 ‘5·18 민주화운동부상자회’ 김후식 회장은 30일 헤럴드경제와의 전화 통화에서 “가정을 가진 사람들이 용기를 내서 당시 공동조사단에 성폭력 피해상황을 구체적으로 얘기했지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들이 ‘주변 사람들이 이런저런 상황을 물어봐서 오히려 피해를 보고 있다”며 “차라리 말을 하지 않을 걸 그랬다는 얘기를 한다”고 했다.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단체 내 회원중 일부도 민주화 운동 당시 성폭력 피해자가 있다. 이들은 정부 조사에 응했지만 후속 조치가 늦어졌고 피해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이상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이 관계자는 “성폭력 피해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활동을 하다 용기를 내서 조사에 응했다가, 결국 자신에게만 피해가 돌아오자 활동을 그만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난해 공동조사단의 발표 이후 언론인터뷰에 응했던 사람들도 더 이상 나서지 않고 있다. 또 다른 5·18 단체 관계자는 “공동조사단의 발표 당시 언론 등을 통해 자신의 피해상황을 알린 피해자가 더 이상의 노출은 ‘완강히’ 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31일 여성가족부·국가인권위원회·국방부로 꾸려진 ‘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은 5·18 당시 군이 자행한 성폭행이 있었음을 공식 확인한 바 있다. 성폭력 17건, 성추행·성가혹(고문)행위는 45건이다. 피해자는 10대에서 30대의 어린 학생과 젊은 여성들이 대부분이었다. 시위에 나섰거나 가족을 찾아나서는 과정에서 성폭행을 당했고, 시위에 가담하지 않은 여학생, 임신부도 피해를 입었던 것으로 공동조사단의 조사결과 드러났다. 성폭행 피해 이후, 승려가 된 피해자가 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당시 공동조사단은 활동종료를 선언하며, 조사 자료를 향후 꾸려질 5·18 진상조사위원회에 자료를 넘기겠다고 밝혔다. 공동조사단은 법적으로 가해자 조사권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꾸려져 가해자에 대한 확인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기대됐던 진상조사위는 1년째 꾸려지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제정된 5·18 진상규명 특별법에 따라 구성되는 ‘5·18 진상조사위원회’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최초 발포 명령자 색출 등 그간 해결되지 못했던 5·18 관련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기관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군 장성 출신 권태오 전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사무처장과 이동욱 전 월간 조선 기자의 조사위원 임명을 거부하면서 위원회가 구성되지 못했다. 이후 백승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올해 4월 ‘군인으로 20년 이상 복무한 사람’을 조사위원 자격에 추가하는 5·18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이달 24일에야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5·18 민주유공자유족회 정춘식 회장은 “피해자들의 원한은 말도 못한다. 정치권에서 진상조사위에 대한 예산 삭감 움직임도 있다”며 “안타까운 일이다. 올해 안에는 반드시 진상조사위가 꾸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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