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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탄배달하며 文대통령 키운 어머니…“재인아” 부르며 호송차 쫓아 달려가기도
-문 대통령 모친 강한옥 여사 별세…애틋한 사모곡
-“어머니가 끄는 연탄 리어카 밀면서 자립심 배워”
-“이산가족 행사때 北이모 상봉시켜 드린게 최고 효도”
3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 모친인 고 강한옥 여사 빈소가 마련된 부산 남천성당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장례는 외부 조문없이 사흘간 가족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연합]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 “어머니가 팔을 휘저으며 ‘재인아! 재인아!’ 내 이름을 부르고 차 뒤를 따라 달려오고 계셨다. 시야에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멀어지는 호송차를 바라보고 계셨다. (저서 ‘운명’ 中)

“제가 아마 평생 어머니에게 제일 효도했던 것이 이때(10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 어머니를 모시고 갔던 게 아닌가 싶다.”(9월 추석특별기획 방송)

지난 29일 별세한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 강한옥(92) 여사는 ‘대통령 문재인’을 만든 든든한 후원자였다. 장남인 문 대통령은 사실상 언론노출이 없던 강 여사를 비롯해 부모와 관련한 이야기를 이같이 저서 ‘운명’ 등에서 비교적 자세히 서술했다. 문 대통령의 모친상을 계기로 이런 아련한 스토리도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의 부모는 모두 함경남도 흥남 출신으로 당시 ‘흥남 철수’ 때 배를 타고 거제에서 정착한 실향민이다. 흥남시청 공무원 출신으로 알려진 아버지 고(故) 문용형 씨는 거제에서 양말을 구입해 판매상들에게 공급해 주는 장사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외상 미수금만 쌓여 잔뜩 빚만 지게 됐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책에서 “아버지는 무너졌고 다시 일어서지 못했다”며 “이후 아버지는 경제적으로 무능했다”고 회상했다.

문 대통령에 따르면 부친은 가까운 친척과 함께 피란했지만 어머니는 혈혈단신 남쪽으로 내려왔다. 어머니 강 여사는 7명의 생계를 책임지며 좌판에 옷을 놓고 팔거나 연탄배달을 했다고 한다. 어린시절을 연탄배달을 거들었다는 문 대통령은 “나는 연탄배달 일이 늘 창피했고, 툴툴거려서 어머니 마음을 아프게 했다”고 적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어머니가 끄는 연탄 리어카를 뒤에서 밀면서 자립심을 배웠다”며 “가난 속에서도 돈을 최고로 여기지 않게 한 어머니의 가르침은 살아오는 동안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2012년 초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문 대통령은 중학교 1학년 학생일 때 어머니가 자신을 데리고 기차 암표 장사를 하러 나갔다가 끝내 암표를 팔지 못하고 그냥 돌아온 이야기를 전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1975년 4월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경찰에서 조사를 받고 검찰로 이송되는 날 호송차를 따르던 어머니의 모습을 생생히 묘사했다. 문 대통령은 “어머니가 호송차 뒤를 따라 달려오던 장면을 뇌리에서 지울 수가 없었다”고 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고 강 여사는 문 대통령이 청와대 사회문화수석으로 재직 중이던 2004년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 당시 북측에 있던 동생 병옥 씨를 만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꼽은 최고의 효도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지금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흥남시, 우리 옛날 살던 곳 외갓집, 이런 쪽을 한번 갈 수 있으면 더 소원이 없는 것”이라고 희망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1월 출간된 인터뷰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남북 평화통일이 된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아흔이신 어머니를 모시고 어머니 고향을 찾는 것”이라고 했지만 끝내 그 소원을 이루지 못했다.

함경남도 흥남이 고향인 고 강 여사는 1950년 12월 흥남 철수 때 남편과 젖먹이였던 큰 딸을 데리고 월남했다. 거제도 피난살이 중 태어난 문 대통령을 비롯해 2남 3녀를 뒀다.

고 강 여사는 2017년 5월 언론 인터뷰에서 장남 문 대통령에 대해 “잘난 사람은 세상에 많지만…. 재인이, 참 착하다, 말로 다 표현 못할 정도”라면서 “만에 하나 (대통령이) 된다 캐도 마음 변할 사람이 아니다”며 애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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