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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 청년통장 ‘집 걱정’ 줄이는 데 썼어요”
통장 만기 해지자 사용처 조사
66.4% “주거환경 개선·주택청약”
학업 용도〉결혼자금〉창업준비 順
10명중 6명 “뚜렷한 미래계획 있다”
“삶이 나아졌다” 답변도 83% 넘어

저소득 근로 청년에게 저축액의 100%를 서울시가 보태주는 ‘희망두배 청년통장’의 가입자 10명 중 7명은 만기 때 수령한 적립액을 ‘집 걱정’을 더는 데 쓴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꿈 실현을 돕기 위한 ‘청년통장’이 창업이나 유학자금, 학원 수강 등 미래 설계를 위한 투자나 도전 보다는 전월세보증금, 주택청약 등 더 나은 곳으로 주거 환경을 옮기는 데 주로 쓰인 것이다. 서울 청년 근로자의 가장 큰 고민이 ‘주거비’라는 게 새삼 확인됐다.

25일 서울시복지재단(이하 재단)이 청년통장 사업 성과를 분석하기 위해 청년통장 만기 해지자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서다.

희망두배 청년통장은 23~39세의 저소득 청년이 월 10만원 또는 15만원을 2년 또는 3년의 적립기간을 선택해 저축하면 본인 적립금의 100%에 해당하는 근로장려금(매칭 적립금)이 함께 적립돼 만기 때 두배의 원금과 이자를 돌려준다. 적립금액과 적립기간을 최대로 설정하면, 본인이 적립한 540만원에 더해 시가 주는 540만원 등 1080만원을 원금으로 받는다.

청년통장은 서울시가 2015년 첫 도입한 뒤 ‘현금성 복지’ 논란 속에서도 다른 지자체로 번지며 전국화된 사업이다. 시는 지원 대상자를 첫해 1000명에서 지난해 2000명으로, 올해는 3000명으로 크게 늘렸다.

재단은 올해 5월 말 기준 적금을 끝낸 만기 해지자 중 663명에게 지난 8월 6~28일에 온라인설문조사 방식으로 적립금의 사용 용도를 물었다. 그 결과 응답자의 66.4%가 주거환경 개선이나 주택청약 등 ‘주거’에 썼다고 답했다. 이어 학자금대출 상환, 등록금 납입, 학원수강 등 학업 용도가 17.7%, 결혼자금 12.2%, 창업 3.7% 순으로 나타났다.

주거에 쓴 청년통장 만기 해지자의 58.7%는 최근 3년간 주거 환경이 개선됐다고 답했다. 이는 같은 연령대 일반 청년 근로자가 같은 질문에 응답한 비율 28.8% 보다 배 가량 높다. 일반 청년은 주거환경에 변화가 없다는 응답이 62.4%로 가장 많았다.

또한 만기 해지자는 일반 청년 보다 학자금 대출을 더 많이 받았지만, 상환은 더 적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통장 만기 해지자의 65.3%가 학자금 대출을 받은 적이 있으며, 학자금 대출 규모는 평균 1469만원이었다. 이는 일반청년의 학자금 대출 유경험 비율(37.2%)과 대출금(1376만원) 보다는 다소 많다. 최근 3년간 학자금 상환 규모로는 청년통장 만기해지자가 평균 580만3000원, 일반청년이 730만원으로, 일반 청년이 더 많이 갚았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조사를 주도한 이수영 재단 연구개발팀 연구위원은 “청년통장 가입자의 경제적 환경이 일반 청년보다 열악할 수 있다”고 봤다.

최근 3년간 취업 관련 훈련비용은 만기 해지자가 평균 233만원, 일반청년 144만원으로 만기 해지자가 더 많았다.

만기 해지자의 근로기간은 평균 29.5개월로, 일반청년(23.5개월) 보다 길었다. 3년 이상 근무 중인 경우도 만기 해지자는 51.3%로 절반을 넘었지만, 일반 청년은 31.8%에 그쳤다.

장래에 뚜렷한 계획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만기 해지자는 59.3%가 ‘있다’고 했고, 일반 청년은 65%가 ‘없다’고 답했다. 향후 삶의 전망에 대해서 만기 해지자의 60%가 ‘희망적’이라고 답한 반면 일반 청년의 이 응답은 37.8%에 그쳤다. 현재 삶이 3년 전보다 나아졌는 지에 대해 ‘그렇다’고 답한 비율도 만기해지자(83.3%)가 일반청년(55.8%) 보다 높았다.

최근 1년 간 저축을 하고 있는 비율은 만기해지자가 77.0%, 일반 청년은 66.6% 였다.

한편 서울시는 최근 청년 주거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취지로 만 20~39세 1인 가구에 월 20만원의 월세를 최대 10개월 간 지원하는 정책을 새롭게 내놨다. 내년 5000명을 시작으로 3년 간 총 4만5000명을 지원한다. 월세 지원 외에 39세 이하 청년 1000명에게 임차보증금 대출과 이자를 연 2%선에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 중이다. 이와 관련 포퓰리즘 논란이 일자 박원순 시장은 25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청년의 현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그런(‘포퓰리즘’ 주장 등 청년수당 비판) 얘기한다”며 “실제로 그런 상황이 돼 보면 이 제도는 정말 큰 공감이 되는 정책”이라고 항변했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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