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WTO 개도국 지위 포기] 농업계 “식량·통상주권 포기” 강력 반발
정부 “WTO 개도국 지위 포기” 대책은
“개도국 졸업해도 농업통상 영향 미미”
피해보전 넘어 적극적 미래투자로 대응
내년 공익형 직불제 예산 2.2조 편성
농산물 수요기반 확대·청년농업인 육성도
전농 “한국 농업, 美 손아귀에 넣는 것”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 결과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WTO 개도국 논의관련 정부 입장 및 대응 방향 발표문을 읽고 있다. 홍 부총리는 “미래 WTO 협상에서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유명희 통장교섭본부장,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홍남기 부총리,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이태호 외교부 2차관. [기획재정부 제공]

우리 정부가 자동차 등 국내 주요 산업분야를 보호하기 위해 세계무역기구(WTO) 농업분야 개발도상국 지위에 대한 사실상 ‘졸업’을 선언한 것은 보호무역을 기조로 하는 새로운 통상질서를 감안한 궁여지책으로 풀이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상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산업부문과는 달리 농업부문의 개도국 지위 유지는 국가적으로 실익이 그리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농업계 반응이다. 정부가 농업분야 안전장치로 내년도 공익형 직불제 관련 예산 2조2000억원을 편성하고 농산물 수요기반 확대, 후계농 양성 등 농업계를 달랠 수 있는 당근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통상주권’을 포기한 조치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정부의 주장대로 개도국 졸업을 선언해도 당장 농업통상에 미칠 영향이 없다는 것은 사실이다. WTO 규정상 한국이 개도국 졸업을 선언해도 새로운 농산물 협상이 타결돼 이행될 때 그 영향이 실현된다는 게 근거다.

이에대해 농업계는 개방충격을 간과하면 안된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53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이행한 상태로 2030년까지 관세감축과 저율할당관세(TRQ)가 늘어난다.

따라서 다양한 수입 농산물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면서 국산 농산물 가격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기다 WTO에서 새로운 농업협상에 전격 합의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충격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홍수정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부장은 “정부가 말하는 직불제 개혁 자체가 농민들이 요구하는 것과 다르다”면서 “농민단체서 얘기하는 것은 당장 피해가 많고 적고 문제가 아니라 통상주권, 즉 신념을 지키느냐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홍 정책부장은 이어 “WTO 개도국지위를 포기한다는 것은 한국농업을 미국의 손아귀에 갖다 바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정부는 이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대외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서 향후 추진할 농업 경쟁력 강화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우선, 농업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강화시키겠다고 강조했다. ‘피해 보전’이라는 소극성에서 벗어나 선재적이고 적극적으로 미래 투자를 하겠다는 것이다. 공익형 직불제 도입과 농산물 수요기반 확대, 후계농 양성 등이 우선 과제로 제시됐다.

정부는 공익형 직불제의 도입을 위해 국회 계류 중인 농업소득보전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예산안에도 직불제 예산을 2조2000억원 반영해 올해 1조4000억원보다 약 57% 늘렸다.

정부가 추진 중인 농업소득보전법 개정안은 농가 소득 안정을 위해 쌀 고정, 쌀 변동, 밭, 조건불리, 친환경, 경관보전 직불금 등 6개로 나눠진 직불금을 공익형 직불제로 통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논·밭 여부와 관계없이 동일한 금액을 지원해 예산이 쌀에 편중되는 현상을 방지한다. WTO에서 규제하는 보조금에 해당되지 않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와 함께 농업 재해보홈의 품목을 확대하고, 보장범위가 개선된다. 재해 복구비 지원단가도 현실화될 전망이다.

재정 지원도 강화한다. 정부는 이미 내년 농업 예산 규모를 올해보다 4.4% 확대된 15조3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최근 10년 내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늘어난 재원을 바탕으로 농산물 수요기반을 넓히는 데 집중 투입한다. 지역단위 로컬푸드 소비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농식품 안전성 검사, 공공급식 연계체계 구축 등을 지원한다.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 초등학교 과일간식 등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친 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청년·후계농 육성에도 힘을 쓴다. 월 80~100만원씩 최대 3년간 지원해주는 청년영농정착지원금을 더 내실있게 추진하고, 향후 확대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비농업인 소유 농지도 공공임대용 농지로 매입할 수 있게 하는 등 매입 조건을 개선한다.

배문숙·정경수 기자/oskymoo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