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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의 통상] 정부, 사실상 WTO 개도국 지위 포기(졸업)…“미래 협상부터 개도국 특혜 주장 않는다”
홍남기 부총리 대외경제장관회의 후 공식 발표
“쌀 등 민감품목에 대한 별도 협상권한 보유”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정부는 25일 세계무역기구(WTO) 내 개발도상국 지위를 사실상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개도국에서 '졸업'한다는 의미다.

정부는 다만 “미래 WTO 협상이 전개되는 경우 우리 농업의 민감분야는 최대한 보호할 수 있도록 ‘유연성(flexibility)’을 협상할 권리를 보유한다는 전제 하에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며, “기존 협상에서 확보한 특혜는 변동없이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관계부처 합동 ‘WTO 개도국 논의 관련 정부 입장 및 대응 방향’을 발표했다.

홍 부총리는 발표문을 통해 우리나라의 대외적 위상과 싱가포르·브라질·대만 등의 개도국 지위 포기 등 외국의 동향,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 및 대응여력 등을 검토한 결과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마친 후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세계무역기구(WTO) 개도국 논의 관련 정부 입장 및 대응 방향’ 발표문을 읽고 있다. 왼쪽부터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홍남기 부총리,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이태호 외교부 2차관.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는 미래 새로운 협상이 타결되기 전까지 이미 확보한 개도국 특혜는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며, 미래 협상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므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대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특히 “미래 WTO 협상에서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며 “개도국 지위의 포기(forego)가 아닌 미래 협상에 한해 특혜를 주장하지 않는다(not seek)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1995년 WTO 가입시 개도국 특혜를 인정받은 이후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계기로 농업과 기후변화 분야 외에는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최근에는 개도국 특혜 이슈가 우리 농업 및 대외정책 등에서도 중요한 사안으로 대두됨에 따라 정부는 국익을 우선으로 한다는 원칙 아래 우리의 위상과 대내외 동향, 경제적 영향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는 등 신중하고 치밀하게 대비해왔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결정이 국내 농업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미래 WTO 농업협상에서 쌀 등 국내 농업의 민감분야를 최대한 보호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미래 WTO 농업협상 결과 국내 농업에 영향이 발생할 경우 피해 보전대책을 마련하고, 우리 농업의 근본적인 경쟁력 제고를 위한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정부 결정에 대한 농민단체들의 반발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비판론도 제기되고 있다. 전 민변 국제통상위원장인 송기호 변호사(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자문위원)는 이날 정부 결정에 대해 “개도국 지위 포기는 개도국 지위의 졸업 유예기간 등 협상 카드를 미리 소진하는 것”이라며 “한국의 개도국 지위 포기와 관련한 실체와 법적 성격도 명확하지 않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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