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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SS 사고 나면…왜 배터리부터 의심하나” 제조사들 속앓이
설치·운영상 잘못 가능성도 커
전문가 “화재발생 환경 주목을”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사고가 계속되면서 배터리 제조사들의 속앓이도 깊어지고 있다. 배터리 자체의 문제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사고가 발생한 하동군의 ESS를 비롯해 지금까지 발생한 총 27건의 화재사고 가운데 LG화학의 배터리는 15곳, 삼성SDI 배터리는 10곳에 탑재됐다.

ESS사고로 인한 책임론이 불거지자 배터리 제조사들은 특수 소화시스템을 도입해 화재확산을 방지하는 등의 자체 안전대책을 내놓으며 시장의 불안감을 불식시키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여전히 배터리를 의심하고 있는 분위기여서 제조사들은 전전긍긍이다.

지난 14일 삼성SDI의 배터리 안정성강화 대책 발표에서 이같은 속내는 여실히 드러났다. 임영호 삼성SDI 중대형전지사업본부장은 “국내외 출하되는 배터리 자체는 동일한데, 우리나라는 설치 시 낙하, 취급 부주의 등으로 배터리에 안정성을 위협하는 데미지를 주는 경우가 많다”며 “누수, 먼지 등 환경적으로 정돈이 안된 상태에서 운영되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화재사고 원인이 설치, 운영 상의 잘못일 가능성이 큰 데도 배터리 자체의 불량으로 보는 시각에 대한 반론을 제기한 것이다.

전문가들의 시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차세대배터리 핵심기술 및 미래발전 방향 세미나’에서 조원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박사는 “ESS 화재사고가 발생하는 환경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SS가 설치된 지역이 대부분 산간지역으로 세밀한 관리가 쉽지 않고, 설치장소가 일반적인 건물이 아닌 샌드위치 패널인 경우가 많아 화재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조 박사는 “배터리 자체의 결함이나 제조상의 문제와 ESS를 설치, 가동하는 도중의 관리 문제 등을 분리해 봐야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업체들의 국내시장 진출도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3위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인 중국의 비야디(BYD)가 국내 업체와 사업 및 유통 총판 계약을 맺으며 국내 ESS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미국의 테슬라도 내년 국내 시장 진입을 위해 국내 인증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 관계자는 “글로벌 ESS업체들의 국내 진출은 국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이들이 국내 ESS 배터리의 안전성을 문제삼아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된다”고 밝혔다.

유재훈 기자/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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