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간 담허문 공유오피스·컬처위크까지
재계 소통행보 전방위·입체적 업그레이드
4차 산업혁명 우수인재 확보 노력 분석도
정의선(왼쪽) 현대차그룹 수석 부회장이 지난 22일 본사 2층 대강당에서 진행된 타운홀 미팅 중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
[헤럴드경제=재계팀] 재계의 소통행보가 한층 입체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총수의 셀프 동영상, 타운홀 미팅, 행복토크에서 공유오피스, 컬처 위크까지…. 우수 인재확보가 어느 때보다 중시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조직내 담을 헐고 역동적이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한 재계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세대교체로 한층 젊어진 총수들이 ‘이성’과 ‘역할’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과거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카리스마 리더십’을 벗고 있는 점도 기업의 소통 강화 흐름에 한 몫하고 있다.
최근 파격 행보로 부쩍 눈에 띄는 인물로 단연 정의선(50) 현대차그룹 수석 부회장이 꼽힌다. 올 초 ‘셀프 동영상’을 찍어 직원 세미나에 깜짝 등장했던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22일에는 올들어 세번째 ‘타운홀 미팅’에 나섰다. 타운홀 미팅은 현대차그룹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회사의 방향성을 공유하기 위해 올해부터 마련된 수평적 기업 문화의 자리다.
이날 1200명의 직원이 참석한 자리에서 정 수석부회장은 “톱(Top)에서 움직여야 여러분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며 “제가 솔선수범하고 사장, 본부장급이 노력하는 방법 밖에 없다”는 실용 경영철학을 재확인했다. 보수적인 문화가 강했던 현대차그룹에 ‘수평 리더십’을 뿌리내리려는 정 부회장의 강한 의지가 묻어난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고문화 변화’를 묻는 직원의 질문에는 “수기결재를 예전부터 싫어해 바꾸려고 노력했다. 메일에 포함된 파워포인트도 싫다. 효율적이고 빠르고 뜻만 전달할 방법을 추구했으면 한다”며 속시원하게 답해 직원들의 호응을 받았다.
올해 100회 행복토크를 선언한 최태원(오른쪽) SK회장이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직원들과 격의없는 대화를 하고 있는 모습. [SK제공] |
SK그룹은 주요 그룹사 가운데 임직원의 소통 행보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자랑한다. 이제는 ‘행복전도사’라는 호칭이 어색하지 않은 최태원(60) SK그룹 회장은 손수 ‘구성원의 행복’을 그룹의 핵심 경영 화두로 삼으며 임직원과 격의 없는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최 회장은 국내외 구성원을 직접 만나 소통하는 ‘행복토크’를 올해 100회 이상 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현재까지 85회의 행복토크를 소화하며 당초 목표한 100회 토크의 달성에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룹의 회장과 일선 직원들이 스스럼 없이 서로 얼굴을 보며 질문과 대답을 이어가는 모습은 재계 전반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런 조직 내부의 소통을 활성화하려는 노력은 업무공간의 변화로도 이어졌다.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은 지난 4월 ‘공유오피스’로 리모델링해 계열사와 부서 칸막이를 벗어나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일하는 공간으로 변신했다.
아울러 구성원 간 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은 ‘직급 파괴’의 실험으로도 번졌다. SK그룹은 임원 직급을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계열사를 중심으로 상하 위계를 강조하는 직책과 호칭을 폐지하고 있다.
구광모(왼쪽 세번째) LG그룹 회장이 올초 'LG 테크 컨퍼런스'에 참석해 임직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는 모습. [LG 제공] |
4대 그룹 중 처음으로 4세 경영을 시작한 LG그룹은 한발 더 나아가 단일 회사 뿐만 아니라 계열사간 울타리를 허물고 ‘집단지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소통 업그레이드에 나서고 있다.
취임 2년차인 구광모(41) LG그룹 회장은 올해 처음으로 임직원 1만7000여명이 참여하는 ‘LG 컬처위크’와 LG그룹 내 젊은 인재를 발탁해 미래 사업가로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지난 14일부터 3일간 열린 LG 컬처위크는 서울 마곡 ‘LG 사이언스파크’에 입주한 8개 계열사 임직원이 소속이나 직급에 상관없이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즐기며 지식과 생각을 나누고 소통하는 문화축제행사다. ‘LG 연구개발(R&D) 메카’인 LG 사이언스파크를 중심으로 기존 관성을 깨고 젊고 역동적인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시도다.
구 회장은 앞서 각 계열사 추천으로 미래사업가육성프로그램에 발탁된 인재 100명과 만찬을 함께 하며 “꿈을 크게 갖고 힘차게 도전하고, 더 큰 미래를 위한 성장에 집중해 주시기 바란다”며 “여러분이 성장을 위해, 그리고 우리의 고객을 위해 흘린 땀과 노력이 LG의 미래라는 걸 꼭 기억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홍 광운대 교수(경영학)는 “밀레니얼 세대는 기성 세대와 달리 불합리한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언제든 떠날 수 있다”며 “우수 인재를 확보하고 새로운 총수 리더십을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수평적인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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