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국회 의장접견실에서 시정연설에 앞서 여야 대표 등과 환담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박승원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이른바 ‘조국 파동’과 관련한 야당 지도부들의 언급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쓴웃음을 지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내년도 예산안을 위한 시정연설에 앞서 국회의사당 본청 3층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를 만나 환담을 나눴다.
이 자리에는 문희상 국회의장과 이주영·주승용 부의장, 여야 5당 대표 및 원내대표, 김명수 대법원장, 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최재형 감사원장,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먼저 문 대통령은 “국회의장님과 각 정당 지도부를 이 자리에서 뵙게 돼 반갑다. 2017년 출범 직후 일자리 추경 때문에 국회에 온 것을 비롯해 시정연설은 이번이 네 번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지금 우리 경제 활력, 민생을 살리는 것이 가장 절박한 과제"라며 "당연히 정부가 노력을 해야겠지만 국회도 예산안으로, 법안으로 뒷받침을 많이 해달라"라고 당부했다.
이후 문희상 국회의장의 발언에 이어 황 대표가 문 대통령에게 말을 건네면서 “조국 전 장관이 사퇴하게 해주신 부분은 아주 잘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조국 장관 임명한 그 일로 인해서 국민들의 마음이 굉장히 분노라고 할까, 화가 많이 난 것 같다”며 “이 부분에 관해서는 대통령께서도 직접 국민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시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이는 조국 사태에 분노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직접 사과를 촉구하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황 대표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고개를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으나, 답변은 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모습은 최근 여야 간 잇단 조국 정쟁으로 민생 입법은 물론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인 검찰개혁 등 개혁입법이 국회 문턱에서 멈춰선데 대해 한국당의 책임을 돌려 물은 것으로 해석된다.
즉답을 피한 문 대통령은 대신 김명수 대법원장을 향해 “법원을 개혁하는 법도 좀 계류가 돼 있지 않나. 협력을 구하는 말씀을 해달라”라며 웃음을 보였다.
김 대법원장은 “정기국회 내에 법원 개정안 등이 처리되도록 관심을 가져달라”라고 말했다.
법원 개혁안 언급 후에도 ‘조국 정국’에 대한 야당 지도부들의 발언은 계속됐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나눠진 국론 분열에 대해서 대통령께서 열린 마음으로, 광화문의 목소리를 들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한국당 소속 이주영 국회부의장도 “평소에 야당에서 나오는 목소리 많이 귀담아 주시고 하면 더 대통령 인기가 올라갈 것”이라고 해 참석자들 사이에서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이를 듣고 문 대통령은 “그런데 뭐 워낙 전천후로 비난들을 하셔서…”라며 쓴웃음을 지었다고 환담 참석자들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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