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국회 의장접견실에서 시정연설에 앞서 환담을 하러 들어서며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정국’ 이후 처음으로 여야 지도부와 함께 만났다. 문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는 이날 웃으며 인사를 나눴지만, 날카로운 대화가 이어지며 어색한 상황도 연출됐다.

22일 오전 국회 시정연설을 앞둔 문 대통령은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 지도부와 환담회를 갖고 15분 동안의 짧은 대화를 나눴다. 이날 대화에 앞서 문 대통령은 “이번에 네 번째 시정연설”이라며 “지금은 경제활력과 민생을 살리는 일이 가장 절박한 과제다. 정부 부처에서도 노력해야 하지만, 국회도 예산안에 관심을 갖고 많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문 의장은 “남북문제만 잘 해결된다며 민족이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가 오는 것 같다”며 “대통령이 모든 정치의 중심인만큼 신경을 써달라”는 덕담을 건네는 등 대화 초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그러나 야권과의 대화가 이어지며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먼저 포문을 연 쪽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였다. 황 대표는 문의 의장의 덕담 직후 “조국 장관의 사의를 수리한 부분에 대해서는 잘하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조국 임명 이후 국민이 분노하고 있고, 화가 많이 났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대통령께서 직접 국민의 마음을 편하게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 대표의 발언은 조 장관의 임명 과정에서 반복된 대규모 광화문 집회와 이에 따른 여론 분열 양상을 거론한 것으로 풀이된다.

황 대표의 말에 문 대통령은 잠시 말을 멈추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내 대화의 화제를 바꾸며 말을 아꼈다. 문 대통령은 황 대표의 말에 답하지 않은 채 접견실 반대편에 있던 김명수 대법원장을 향해 “대법원에서 법원 개혁안을 발표했다. 한 말씀 해달라”고 했다. 이에 황 대표를 비롯한 일부 야당 지도자들의 표정이 잠시 굳어졌다.

김 대법원장의 법원개혁안 설문 이후에는 이주영 국회 부의장이 다시 문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를 냈다. 이 부의장은 “평소 야당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많이 귀담아 들어달라”며 “그러면 대통령의 인기는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고, 이에 환담회에 참석한 다른 참석자들도 함께 웃었다. 그러나 이 부의장의 말에도 문 대통령은 미소만 지은 채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았다.

이날 환담회는 조 장관의 임명과 사퇴까지 이어진 ‘조국 정국’ 이후 여야와 대통령이 처음으로 만난 자리로 애초부터 야권의 쓴소리와 문 대통령의 대답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 강했다. 그러나 이날 야권의 물음에 문 대통령은 별다른 답을 내놓지 않았다.

한 한국당 고위 관계자는 이후 이뤄진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 직후 “문 대통령이 제1야당 대표의 말에는 답하지 않고서 시정연설을 통해 야당의 협조만 요구했다”며 “이에 야당 의원들이 단체로 항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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