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례적으로 격한 대립, 두동강 난 국론…국회는 마비
- 66일 조국 대전이 남긴 숙제…“국론 통합, 정치 살려야”
전격적으로 사의를 밝힌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후 방배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이 지명된 지 66일만인 전날 사퇴하면서 8월과 9월 내내 일어났던 전쟁이 끝났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은 201번, 자유한국당은 474번 조 장관을 주제로 말씨름을 벌였다. 한동안 정국의 모든 관심을 독차지했던 ‘조국 공방’이 끝나면서 전문가들은 이제 남은 과제는 통합이라고 조언했다.
15일 민주당, 한국당 홈페이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조국 정국’ 동안 민주당은 하루에 3번, 한국당은 하루에 7번 꼴로 각각 조 장관을 옹호하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경우 각종 회의 및 논평 등 자료가 올라오는 홈페이지의 논평 · 브리핑 부문에서 조국을 검색해 나온 232건의 자료 중 8월 이전 자료인 31건을 뺀 뒤 66일로 나눴다. 자유한국당은 8, 9, 10월 대변인, 원내 논평·성명에서 검색한 결과의 수를 합한 뒤 66일로 나눴다. 조 장관 지명 이후 사실상 매일 조 전 장관 얘기로 모든 정치권 이슈를 덮은 것이다. 특히 한국당은 9월 한달에만 회의와 논평을 통해 246번 조 전 장관을 비판했다. 하루에 8번 꼴이다. 국회의원이 하루 8시간 일을 한다고 가정하면, 매 시간 조 전 장관 비판을 한 셈이다. 논평, 성명, 회의, 투쟁 등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방법으로도 조 전 장관을 지적했다. 민주당도 비슷한 모양새다. 여당은 지난 4일 하루에만 브리핑·논평·회의 등 5번의 기회를 통해 조 전 장관을 옹호하는 주장을 쏟아냈다.
정치권이 두동강 나면서 국론도 분열되는 모양새를 보이기 시작했다. 9월말 조 전 장관을 보호하겠다며 터져나온 서초동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보수·진보 진영은 광장에서 각각 조국 반대·찬성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여당은 이에 200만명 이상이 참석했다며 고무되기도 했고, 야권은 광화문엔 그보다 많은 300만명이 모였다며 세를 과시하기도 했다. 서초동 집회가 열린 다음 회의에선 여당이, 광화문 집회가 열린 다음 회의에선 야권이 각각 국민의 뜻이라며 집회를 언급하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회의 기능이 조국 국면을 거치면서 마비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야는 사실상 국정감사를 내팽개치고, ‘조국 대전’에만 몰두했다. 여권 관계자는 “피감기관들이 ‘조국 특수’를 누린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했다. 민생이 실종됐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여야가 매일 조 전 장관을 둘러싸고 격한 대립을 이어가다 보니 상당 수 법안 처리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이제는 통합이라는 정치의 정신을 되살릴 때”라고 조언한다.
정치평론가인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국민을 생각한다면 여야는 서초동과 광화문 국민들을 모두 봐야 한다”며 “이제는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 합리적인 보수가 동의할 수 있고, 또 그 목소리가 반영된 개혁안을 만들어 한국당에서 내놔야 한다”고 했다. 이어 “광화문에 나온 사람들도 검찰개혁 자체를 반대한 것은 아니라고 했고, 한국당도 검찰개혁을 반대하지는 않는다고 했다”며 여야가 합의해 사법개혁안을 새로 만들고 통과시키는 것이 남은 과제의 첫걸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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