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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낙연 총리, 아베와 만난다…한일관계 '돌파구' 주목
징용판결 이후 1년만의 한일 정상급 대화…관계개선 계기 기대감
文대통령 한일 메시지 전달 '특사' 가능성…'지일파' 역할 본격화

이낙연 국무총리[헤럴드DB]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가 우리 정부 대표 자격으로 오는 22일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 의식 참석을 위해 일본을 방문한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 내각의 대표적인 ‘지일(知日)’파인 이 총리가 한일관계 개선의 변곡점을 마련할 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3일 총리실은 이 총리가 일왕 즉위식에 정부 대표 자격으로 오는 22~24일 일본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이 총리의 방일은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시작으로 지난 7월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 조치, 지난 8월 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까지 1년 가까이 양국 관계가 갈등을 거듭해 온 상황에서 상징하는 의미가 크다.

특히 일왕 즉위식은 그동안 막혀 있는 한일 관계를 풀 수 있는 중요한 계기로 여겨졌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언론사 토론회 등을 통해 일왕 즉위식에 대해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일왕 즉위식이 1990년 11월 아키히토(明仁) 일왕 즉위식 이후 30여 년 만에 있는 일본의 국가적 경사인 만큼 우리 정부의 최고위급 인사가 참석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관계 개선의 의지를 보여주는 신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초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즉위식에 참석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지만, 일본에서 수출규제 철회를 비롯한 뚜렷한 태도 변화가 감지되지 않자 이 총리의 참석으로 최종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의 방일을 계기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회담이 이뤄질 가능성도 크다.

아베 총리는 즉위식에 참석하는 각국 대표단과 50여차례 개별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앞서 일본 NHK는 아베 총리가 이 총리가 즉위식 참석을 위해 방일할 경우 단시간 회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총리와 아베 총리의 만남이 성사된다면 대법원 징용판결 이후 1년 만에 양국 최고위 지도자가 공개석상에서 직접 대화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한일 외교장관과 실무급 협의는 진행돼 왔지만 양국 정상 간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지난 9월 말 미국 뉴욕 유엔총회에 동시에 참석했지만, 이때도 만남은 불발됐다.

이 총리와 아베 총리가 만날 경우 두 지도자는 한일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가 문 대통령의 한일 관계 메시지를 전달하는 '특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강제징용 배상 해법,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지소미아 종료 결정 등 양국 주요 의제가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물리적 여건으로 인해 회담 시간이 충분치 않다면 각 의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기보다는 관계 개선을 위한 서로의 의지를 확인하는 정도로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국무총리의 해외 순방에는 외교부 제1차관이 함께하기 때문에 '일본 전문가'로 꼽히는 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이 이 총리를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조 차관은 함께 방일하더라도 이 총리를 보좌해야 하므로 그의 카운터파트인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공식 협의를 갖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양국 차관이 비공식적으로라도 다양한 계기에 만나 외교 현안을 논의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정부 내 대표적인 '지일파'로 꼽히는 이 총리는 한일 갈등 국면에서 '이 총리 역할론'이 대두된 만큼 이번 방일을 통해 그 역할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언론인 시절 도쿄 특파원으로 활동하고 국회 한일의원연맹 수석부회장을 맡았던 이 총리는 능통한 일본어를 활용해 그동안 일본 관료·정계·경제계 등 인적 네트워크와 수시로 접촉해왔다.

이 총리와 일본 최고위급 인사들과의 인연도 주목된다. 이 총리는 아베 총리가 2005년 방한했을 때 한일 정치인으로서 함께 식사한 적이 있으며 지난해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 참석을 계기로 면담을 하기도 했다.

나루히토 일왕과는 지난해 3월 브라질리아 물포럼을 계기로 만나 대화를 나눈 바 있다.

일본 내에서도 이 총리에 대한 여론이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져 이번 방일을 계기로 대화의 전기를 마련하고 각종 현안에 접점을 찾을지 주목된다.

특히 다음 달 22일 지소미아 종료 시행, 강제징용 배상 관련 일본 기업 자산 현금화 조치 등 한일 관계에 영향을 주는 주요 변수들이 남아 있는 상황이어서 이번 방일이 갖는 의미가 큰 상황이다.

다만 양국 갈등의 근본 원인인 강제징용 배상판결 해법에 대한 양국 시각차가 커 이번 이 총리 방일의 성과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본은 수출규제 조치가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무관하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지만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주장을 펼쳐왔다.

아베 총리는 또 지난 8일 참의원 본회의에서 한일 관계를 되돌릴 계기를 '한국이 우선 만들라'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 역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철회'라는 전제조건 하에 '지소미아 종료 재검토'를 할 수 있는 입장으로 일본의 선제적 태도 변화를 요구하는 상황이어서 양국 관계 개선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 총리는 동아일보 기자시절 일본 도쿄 특파원을 거쳤고, 국회의원 시절 한일의원연맹 간사장, 수석부회장 등을 역임한 대표적인 ‘지일(知日)’파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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