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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대한민국, 정치적 휴전선이 없다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조국 법무부장관을 둘러싼 진영 갈등이 정치적 내전 상태로 치닫고 있다. 진보진영은 지난달 28일 서초동에서 대규모 촛불집회를 했고, 보수진영은 3일 광화문에서 맞불 집회를 했다.

양측은 참가 인원을 둘러싼 논쟁까지 벌이며 극한 대치하고 있다.

양 진영의 극한 갈등은 모든 사회이슈를 블랙홀 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국회는 이미 제기능을 하지 못한 지 오래이고, 언론은 다른 사회적 현안들을 팽개치고 조국 이슈에 올인하고 있다. 민생도 경제도, 안보도, 청년실업도 눈에 보이지 않는 '야만의 사회'가 됐다.

사회적 시스템이 제기능을 하지 못하니 권력과 부를 움켜쥔 패권세력의 발호에 백성이 신음하고 있다. 돈 가진 자들의 투기장으로 변한 강남 부동산의 폭등은 서민층에게 사회적 폭력이 되고 있다.

그들은 빈부격차에 좌절하고, 믿었던 촛불정권의 무능에 분노하고 있다. 수구세력의 정치적 선동에 신물이 나서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이 흔들리고 있다. 그들은 공정한 사회를 위해 들었던 촛불이 꺼질까 두려워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은 70여년전 해방후 좌우익 투쟁을 보는 듯 하다. 당시 좌우익은 서로를 박멸 대상으로 인식해 공존의 틀을 만들지 못하고 분단과 동족상잔의 비극을 초래했다.

20세기 이념대립과 갈등은 여러 국가에서 진행됐다. 그 중 내전 상태로 이어져 수많은 희생을 불러온 나라들도 많다. 구소련은 백계와 적계로 나뉘어 무장투쟁을 했고, 중국은 공산당과 국민당으로 갈라져 내전을 벌였다. 베트남도 월맹과 월남으로 갈려 민족끼리 총부리를 겨눴다.

우리는 2차 대전이후 가장 잔인한 전쟁으로 불리는 한국전쟁을 벌여 수백만명이 죽고 다쳤다.

20세기의 좌우익 갈등이 21세기까지 사회적 내전 상태로 진행되는 나라는 대한민국 뿐인 듯 하다. 남북간에도 휴전을 하고 북미간에도 평화협정을 논의할 정도로 세상은 변하고 있다. 휴전선에 세계적인 명품 도시가 들어설 수 있다는 희망도 생기게 됐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정치 내전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 내전은 휴전도 없고 비무장지대도 없다. 죽창과 총칼 대신 증오의 언어가 난무한다.

외국인들은 이런 극한 갈등 사회가 경제적인 번영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이룬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들의 눈에는 70여년에 걸친 정치 내전 속에서 경제적 번영과 민주주의를 이뤄낸 것이 한강의 기적이고, 미스테리인 것이다.

가족 중 한 사람은 서초동 진보 촛불집회로 가고, 다른 한 사람은 광화문 보수 집회로 간다. 학교 동문도 서로 갈리고 동네 이웃도 편이 나뉘었다. 직장에서도 진보와 보수는 싸운다.

그러는 사이 경제는 디플레이션 조짐을 보이고, 한반도의 운명은 북미가 흔들고 있다. 강남 부동산은 평당 1억원으로 치솟고, 자영업자와 서민은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소는 돌보는 이가 없어 맹수가 우글거리는 산속에서 헤매고 있다.

이제 정치적 내전을 멈춰야 한다. 빨리 휴전을 하고 정치적인 비무장지대에서 민생과 안보를 논해야 한다. 조국의 문제는 우리 사회가 이뤄낸 민주적 시스템에 맡기고 국회에서 국정을 논해야 한다. 그것이 단군께서 나라를 세운 '홍익인간 이화세계'의 참뜻이다.

※외부 필진의 기고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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