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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태화의 현장에서] 집권야(野)당 만든 조국

일부 소속 의원들은 장외집회에 나가고, 고성으로 본회의를 멈춘다. 해당 문장의 주체는 무엇일까. 통상 ‘야당’이다. 몇년 전 중학교 3학년 정치생활과 민주주의라는 단원을 배우던 사촌동생이 비슷한 취지의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야당은 정권창출을 위해 대여투쟁을 한다는 취지로 설명해줬고, 얼마 뒤 덕분에 정답을 맞췄다는 감사인사 메시지가 왔다.

야당에 야는 들야(野)자다.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들개’가 되겠다고 표현했다. 이후 한국당은 줄곧 장외투쟁으로 정치를 했다. 광화문에 나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원색적 비난을 했다. 자당의 의원에 대한 수사나 비판은 야당탄압으로 묻어두고 규정한 채 문재인 정부가 독재를 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국회로 돌아오라고 호소했다. 민생을 돌봐야 한다, 법안을 통과시키자는 주장이었다.

겉으론 야당의 무책임한 행동을 비판했지만 속으론 일면 이해하는 이들도 있었다. “우리도 야당 때 저랬어”, “야당은 원래 이래”라는 말들로 요약된다. 여당은 당하고 야권은 내지른다. 알고서도 당하는 것이다. 그래야 좀 정국이 돌아가고 법안도 통과된다고 했다. 무한책임을 진 쪽은 집권여당이니, 어르고 달랠 몫도 여당이라는 설명이다. 국회에 오래 있어본 사람일수록 여야대립을 대수롭지 않게 얘기한다. 국회 내 하나의 ‘롤 플레이(역할극)’으로 정국을 이해하는 셈이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지방선거 전 사석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지금까지는 ‘한국당이 저렇게 반대하니 민주당이 어쩔 도리가 있겠어, 그래서 성과가 안나는 것이야’라는 국민 속 정서가 통할 수 있지만, 집권 후기가 될수록 성과를 요구할거야. 우리도 그걸 모르지 않아.” 그뒤론 여당에 대한 설명이 붙었다. 여당의 여자는 줄여(與)자라는 것이다. 이 설명에 기초하면 ‘여당의 정치’는 야권의 요구를 최소한으로 들어주면서 자신의 정책을 관철해나가는 과정이다.

드루킹 국면 때도 이런 인식은 다를 바 없었다. 결국 야권의 특검요구도 받았다. ‘대통령 감’이라는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정조준하는 요구였으나 받았다. 합의 대가로 추가경정예산안 등을 처리했다. 김 전 원내대표가 단식을 하면서 야당의 정치를 했고, 여당은 버티다가 국정운영에 필요한 사안을 ‘바터(교환)’로 쓴 것이다.

‘특검보다 좀 수위가 낮은 것으로 받지, 다른 방향은 없었나’란 비판도 있었지만 중진일수록 그 과정 자체는 이해하는 이들이 많았다. 여당이란 그런 존재, 존재론이다. 그래선가, 당시 통과된 정부·여당 추진 법안은 약 176건에 달한다.

지금까지는 통상적으로 이해가 되는 ‘가나다라’였다. 여당의 정치, 야당의 정치 속에서 누가 협상을 잘했느냐, 못 했느냐라는 덧셈·뺄셈은 있었지만 큰 틀에선 정석으로 간 셈이다. 그런데 이런 정치의 흐름을 깬 인물이 나왔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다. 조국의 이름을 걸고 야당이 야당의 정치를 하기 시작하니 여당이 사라졌다. 여당 소속 일부 의원은 집회에 참석하기 시작했다. 입에 붙지도 않는 단어인 집권여당의 장외집회다. 대정부질문은 30여분 멈췄다. 여당이 고성을 지르기 시작하면서다. 야당정치를 빼앗긴 한국당은 뒤늦게 “조국 사퇴”를 외쳤다.

국회의 모든 것이 조국으로 귀결되자 민생은 사라졌다. 이런 국회는 보지 못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사상최대 수준으로 산적한 민생법안이 있지만 눈길은 모두 조국에 가 있다. 무한책임을 져야하는 집권여당도 ‘조국 구하기’에 열중하고 있다. 검찰개혁은 국회에서 한다. 법무부 장관은 행정부처의 수장이지 제도개혁을 하는 자리가 아니다. 제도개혁을 하고 싶으면 총선에 나와서 국회로 들어왔어야 했다. 게다가 이미 사법개혁은 패스트트랙에 오른 상태다. 좋으나 싫으나 마감이 정해진 개혁이다.

그런데도 고장난 라디오처럼 조국만이 개혁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조국이 대체 뭐길래”. 한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김 지사는 바터로 줬는데, 조국은 절대 안된다고 한다. 박지원 의원은 “두 양당 전부 이렇게 해서는 안된다. 소는 누가 키웁니까? 민생 경제나 청년실업, 대북 문제나 4강 외교는 어떻게 할 거예요”라고 했다. 맞다. 여당도 야당하면 대한민국 법안은 누가 통과시키나. 국회가 무얼하는 곳인지 생각해볼 때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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