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중구 한 과수원에 제17호 태풍 '타파'의 영향으로 떨어진 배들이 뒹굴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창원)=윤정희 기자] 제18호 태풍 미탁(MITAG)의 북상소식이 전해지면서 경남지역 농가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역대 최장 가을장마가 끝나기 무섭게 3차례 태풍이 강타한 데다 또다시 가을태풍으로 수확기를 맞은 농민들의 피해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남 하동에서 감·고추농사를 짓는 농민 박성호(62세) 씨는 “지난 번 태풍 타파로 큰 낙과피해를 봤는데 또다시 태풍이 올라온다는 소식에 사실상 올해 농사에 대한 기대를 포기했다”면서 “수확기인 9~10월의 태풍피해는 농가에 획복할 수 없는 심각한 타격을 주게 된다”고 한숨을 토로했다.
의령지역의 또다른 농민 윤태년(75세) 씨는 “연이은 태풍으로 월동채소의 파종시기를 놓쳐 가을 농사를 망쳤다”며 “농사를 지은지 50년이 넘었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다”고 망연자실했다.
최근 남부지방을 강타한 태풍 ‘링링’과 ‘타파’로 인해 광범위한 벼 쓰러짐은 물론, 과수 낙과 피해가 컸던 경남지역은 특히 피해가 심각했다.
경남도와 밀양시 공무원과 경남농협 임직원 150여명 등은 지난 24일 밀양시 산내면 사과과수원과 단장면 일대의 피해 농가를 찾아 긴급복구활동을 펼쳤다. 경남농업기술원과 농촌진흥청 직원들은 거창군 고제면 일원을 찾아 피해 복구에 앞장섰다. 이외에 경남 들녘 곳곳에서 공무원, 유관기관·단체, 군부대 등의 자원봉사인력이 벼 세우기 등 피해복구 지원활동에 가세했다.
이러한 복구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남지역은 가을장마와 태풍피해로 올해 쌀·과수 생산량이 전년과 평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남도는 2019년산 전국 쌀 생산량이 전년대비 1.4~2.5% 줄어든 377~381만톤 내외로 전망된다고 1일 밝혔다. 쌀 등숙기간 발생한 태풍 ‘링링’과 ‘타파’의 영향으로 1만 8000ha 규모의 벼 도복 및 침수 피해가 발생했고, 가을장마 등으로 등숙기 일조시간도 일 평균 1.4시간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현재 올 들어 한반도에 영향을 끼친 태풍은 7개로 1959년 이후 최다 횟수를 기록 중이다. 태풍 미탁이 3일 한반도 남부지역을 강타할 경우, 역대 최다 태풍 타이기록을 세우게 된다. 태풍이 주로 발생하는 필리핀 해역의 수온이 여전히 매우 높은데다 동중국해는 물론 한반도 주변 수역도 여전히 해수면 온도가 높아 10월 내내 태풍이 계속해서 올라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기상청은 “매년 2~5개의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쳤지만 올해는 예년보다 태풍이 많이 발생했다”며 “아직 정확한 태풍의 진로는 유동적이지만 역대 가을태풍으로 피해가 컸던 경남지역 농민들의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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