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이 '관세 전쟁'에서 '기술 냉전'에 이어 '돈줄 죄기'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세계경제 리스크를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이러한 보도로 미국 증시가 출렁이자 미국 재무부가 관련 뉴스를 부인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여전히 시장에서는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CNBC 등 미국 주요 언론은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미국 자본이 중국 경제 성장의 '종잣돈'이 되지 않도록 중국 유입을 차단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기업들의 대(對)중국 자본 투자를 막기 위해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업체를 상장폐지하거나 미국 공적 연기금의 중국 투자를 차단하는 방안 등이 고려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보도가 나오자 미국 뉴욕증시가 크게 흔들렸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70.87포인트(0.26%) 하락한 2만6820.2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5.83포인트(0.53%) 내린 2961.79, 나스닥은 91.03포인트(1.13%) 하락한 7939.63에 각각 마감했다. 특히 알리바바가 5.15% 폭락한 것을 비롯해 뉴욕증시에서 중국 관련 주가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러한 시장 불안 양상이 나타나자 미국 재무부는 28일 대변인 성명을 내놓았다. 모니카 크롤리 재무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현재로선(at this time) 정부는 중국 기업의 뉴욕증시 상장을 차단하는 계획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런 대변인 성명에는 '현재로선'이란 전제가 붙어 있기 때문에 현재는 아니더라도 트럼프 행정부가 이 같은 '돈줄 죄기' 조치를 꺼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돈줄 죄기) 방안을 검토하라는 '청신호'를 줬다"며 "다만 정확한 경로, 구체적인 시한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대중국 강경파는 미국의 중국 기업 투자는 사기 위험이 높다고 주장한다. 중국의 허술한 기업 지배구조 기준 때문이다. 더구나 중국 기업 대부분은 공산당과 공식·비공식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는 궁극적으로 중국 공산당을 도와주는 격이 된다고 이들은 강조한다. 미국의 최대 경제·전략적 라이벌 국가인 중국을 미국 기업이 지원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논리라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이러한 중국 투자 제재에 대한 논의는 여러 부처 차원에서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는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이러한 여러 부처 차원 미팅에서 좌장을 맡고 있지만, 이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은 대부분 트럼프 행정부 매파들"이라며 "가장 대표적 인물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과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라고 보도했다.

중국에 대한 자본 제재는 아직 초기 검토 단계로, 여러 옵션이 고려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이 같은 소식이 다음달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 재개를 앞두고 나왔다는 점이다.

미국이 대중국 압박의 추가적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CNBC 보도에 따르면 미·중 무역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고위급 협상이 다음달 10~1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재개될 예정이다. 이번 고위급 협상은 지난 19일부터 이틀간 워싱턴DC에서 이뤄진 차관급 실무협상에 이어 열리는 것으로, 실무협상에서 조율된 의제를 토대로 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에 비해 양국이 공감대를 형성한 가운데 열리는 고위급 협상인 만큼 '빅딜'은 아니더라도 '스몰딜'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더구나 최근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하며 유화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는 이날 CNBC와 인터뷰하면서 "만약 미국이 (중국에 대한 돈줄 죄기) 방안을 실행에 옮긴다면 이는 완전한 재앙이 될 것"이라며 "양국 간 상호 시장에 대한 접근성은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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