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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청산강철, 부산시에 공장 지을까…‘국내 산업 무너질까’ 속 타는 철강업계
-청산강철-길산그룹 MOU 체결 마감 날짜 이달 말
-부산시, 마감 기간까지 심사숙고…철강업계 반발에 ‘눈치’
-철강업계, 스테인리스 내수시장 ‘공급과잉’…청산강철 진출시 국내 업체 타격 우려
헤럴드DB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이달 말 세계 최대 스테인리스 제조사인 중국 청산강철의 부산 스테인리스 공장 설립 여부가 판가름난다.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스테인리스 시장이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에 철강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중국 청산강철과 대전·충청지역 향토기업 길산그룹의 MOU(투자협약) 체결 마감 날짜가 이달 말로 다가왔다.

당초 지난 5월 길산그룹은 부산 미음산단에 청산강철과의 스테인리스 냉연강판공장 합작 신설을 위한 투자의향서를 부산시에 제출한 바 있다. 길산그룹의 스테인리스 강철 업체인 길산파이프와 청산강철이 50대 50 투자로 합작 법인을 설립해 올해 하반기 연간 60만톤의 스테인리스 냉연공장을 착공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내수시장 규모의 57% 가량을 차지하는 규모로, 양사는 일단 60만톤 가운데 국내 수입 물량에 해당되는 3만~4만톤을 내수 시장용으로, 나머지 56만~57만톤은 수출용으로 돌리겠다는 계획이다. 만약 이달말까지 부산시가 답변을 주지 않으면 투자는 무산된다.

당초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청산강철과 길산그룹의 투자의향서에 긍정적이었던 부산시는 철강업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치며 일단 마감 기간까지 심사숙고하겠다는 입장이다.

길산그룹과 청산강철은 신규 투자에 따른 직접 고용효과가 500명, 유통·제조·국내물류 등 간접 고용효과가 1500명으로 연간 총 2000명에 달할 것이라 보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철강업계는 보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스테인리스는 장치산업이라 기본적으로 직접 고용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면서 “더욱이 60만톤 규모라면 공장 생산 관련 근로자 수가 50명을 넘기도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려 철강업계는 신규 고용창출보다 기존 국내 동종업계의 피해가 더 클 것이라 우려한다. 지난해 기준 국내 스테인리스 냉연제품 시장수요는 103만톤이지만 전체 스테인리스 공장의 생산 능력은 189만톤으로 이미 공급 과잉 수준이다. 수입품도 시장의 35%를 차지하며 공장 가동률은 60%대에 머무르고 있다.

따라서 기존 근로자들이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동 중단으로 일자리가 위협받을 가능성도 있다. 기존 국내 동종업계 고용인원는 약 5000명으로 추산된다.

실제 지난 24일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현대비앤지스틸지회 소속 노동자 400여명은 부산시청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몇 년 전부터 국내 스테인리스 시장의 공급 과잉에다 중국 제품의 월등한 가격 경쟁력을 이겨낼 수 없어 우리 회사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했다”고 성토했다.

미국, 유럽 등이 한국을 중국의 ‘우회 수출처’로 보고 무역 제재를 강화한다면 사태는 보다 심각해질 수 있다.

길산그룹은 기자회견을 통해 “청산강철은 중국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합작법인의 소재는 100% 인도네시아산”이라며 “스테인리스 냉간압연 제품은 생산지의 원산지를 인정받기 때문에 우회수출이란 용어 자체가 부당하다”고 반박했지만, 국내 철강업계는 미국의 국제 무역 규제로 수출길이 막힌 청산강철이 한국에서 중국, 인도네시아산 소재를 가공한 냉연제품을 한국산으로 둔갑해 수출할 시 국제 무역제재가 한국에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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