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치료제도 없는 절박한 상황
폐업악몽 현실화될라 초긴장
‘폐사율 100%’에 이르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에서 처음 발생된 후 축산업계는 폐업악몽이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며 초긴장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백신도 치료제도 아직 개발되지 않아 방역방이 한번 뚫리면 급속도로 확산되기 때문이다.스페인와 포르투갈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을 회복하는데 무려 36년이 걸렸다는 점을 감안, 초동대응에 총력을 다해야한다는 지적이다.
1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지난해 8월 중국에서 발생한 후 최근 우리나라까지 아시아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아시아 국가는 ▷중국 160건(홍콩 3건 포함) ▷베트남(6083건) ▷라오스(94건) ▷캄보디아(13건) ▷몽골(11건) ▷필리핀(7건) ▷미얀마(3건) ▷한국(2건) 등 9개국(6374건)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원래 아프리카 지역 풍토병으로 1920년대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 지역에서 첫 발생이 보고됐다. 이후 2007년 조지아 공화국을 통해 유럽으로 유입된 이후 주로 유럽 국가의 돼지 농가에 큰 피해를 입혔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의 지난해 1월~5월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발생국 14개 나라 중 10개국이 체코, 에스토니아, 헝가리, 폴란드 등 유럽국가였다. 나머지 4곳은 코트디부아르, 케냐, 나이지리아, 잠비아 등 아프리카 국가들이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가장 막심한 피해를 본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8월 처음으로 랴오닝성의 한 농가에서 발병 사례가 보고된 이후 방역에 실패해 중국 내 31개 성과 직할시, 자치구에까지 퍼졌다. 돼지고기 소비량의 95%를 국내에서 조달하는 중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산되면서 생산량이 줄어들자 지난달 중국의 돼지고기 가격은 전년동기간대비 46.7%나 급등했다.
우리나라도 경기 파주와 연천에서 잇달아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진됨에 따라 전국에서 사육되는 돼지 1200만 마리가 모두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축산업계는 매년 조류독감(AI)이나 구제역 등으로 피해를 보곤 하는데 이번에 돼지열병까지 발생함에 따라 비상이 걸렸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본인의 페이스북에서 “동유럽은 돼지열병으로 양돈산업이 완전히 초토화되었고,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이 병이 돌았을 때 회복하는 데까지 무려 36년이 걸렸다”면서 “돼지열병이 전국으로 확산된다면 국내산 삼겹살을 먹는 것은 어쩌면 30년 후가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문 교수는 또 “돼지열병 방역에 실패하면 그 피해는 양돈업에 그치지 않고 사료산업, 식품산업, 외식업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자체 산업 규모 8조원, 연관 산업까지 합치자면 그 규모가 수십조가 넘어가는 양돈산업이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는 일들이 생기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도 돼지열병이 발병한 상태라서 돼지고기 수입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태환 농협축산경제대표도 ”아프리카돼지열병은 구제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파급력이 큰 전염병“이라며 ”양돈농가에 ‘재앙과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초동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배문숙 기자/osky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