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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험사들 ‘눈덩이’ 역마진에 영업도 벼랑 끝으로
번돈으로 나갈돈 감당 못해
새상품 판매할수록 부담 커져

초저금리 시대에 가장 고민이 깊은 곳은 보험사다. 주요 투자처인 채권의 수익률이 현저히 떨어진데다 과거 고금리로 판매한 상품의 역마진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하락은 또한 보험상품 판매 유인을 떨어트려 성장성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초저금리 기조가 지속될 경우 생존 위기에 내몰린 보험사들의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보험사들은 주로 장기투자자인 만큼 채권 이자율(yield)이 중요하다. 최근 국고채 1년, 10년, 30년 금리는 기준금리보다 낮은 상태다.

2000년대 초반까지 5%가 넘는 고금리 확정형 상품 판매 계약을 40% 이상 보유한 대형 생명보험사들에겐 치명적이다. 현재의 자산운용 수익률로는 보험금으로 나가는 돈을 감당할 수 없는 역마진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2018년 말 12개 생보사의 자본성증권 평균 발행금리는 4.58%이었지만 운용자산이익률은 3.42%로 1.16%포인트의 금리역마진이 발생했다.

자산과 부채를 모두 시가 평가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2022년 도입되는 가운데 금리 하락은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킨다. 보험산업의 자산 듀레이션(잔존만기)이 부채 듀레이션에 비해 짧아 금리가 하락하면 자산보다 부채의 가치가 더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자산 듀레이션을 늘리려면 보험사들은 초장기채 매입을 확대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국내 장기채 공급이 원할치 않은데 수요는 폭증하면서 장기금리를 더욱 하락시키고 있다. 이에 보험사들은 해외 장기채 매입을 늘리고 있다.

조영현 보험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해외 우량 장기회사채 쪽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환헤지 비용 증가도 리스크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국내 장기 국채보다 50~60bp(1bp=0.01%포인트) 정도 수익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초저금리는 영업에도 타격이 크다. 저축성 보험은 공시이율 하락으로 판매 유인이 더욱 감소한다. 보장성 보험도 예정이율 인하에 따른 보험료 상승 가능성이 높아지며 역시 판매 환경이 악화된다.

이미 저금리 장기화로 이미 보험사들의 실적은 악화된 상황이다. 올 상반기 생명보험사 당기순이익은 2조1283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1487억원)보다 1조204억원(32.4%) 감소했다. 손보사들 역시 상반기 순이익이 1조48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19억원(29.5%) 줄었다.

보험사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에서는 1900년대 중반 이후 보험사들이 저금리와 자산부실, 이차 역마진 문제를 겪다 구조조정에 내몰린 바 있다.

이기영 KDI 위원은 “무리한 단기 수익보다는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고 장기적 체질 개선에 치중해야 한다”면서 “일단 살아남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고금리 계약’ 이전 등 적극적인 해결책이 모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황인창 보험연구원 위원은 “해외에서는 고금리 계약을 거래하는 시장이 형성돼 있다”면서 “당장 해결책은 될 수 없지만 우리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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