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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가·고용 등 지표-체감도 괴리 확대…실물경기는 침체, 당국 ‘오판’ 위험도 증대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물가와 고용 등 경기지표와 체감경기의 괴리가 확대되고 있다. 지난달 물가가 전년동월 대비 -0.038% 하락하며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고조되고 있으나 소비자들은 물가 안정을 체감하기 어렵고, 고용 측면에서도 지난달 취업자가 45만2000명 늘어 증가폭이 29개월만의 최대치를 기록하고 실업률은 3.0%로 역대 최저치와 동률을 이뤘지만 체감도는 크게 떨어져 있다.

이는 전반적인 경제상황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소비자심리가 하락하는 등 소비자 또는 국민들의 기대에 비해 개선도가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수출과 생산·투자·소비 등 실물경제는 이미 위기에 처해 있는 상태로, 부분적인 지표의 개선을 체감하기엔 한계가 있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정부나 한은 등 정책 당국이 현 경제상황을 ‘오판’하지 않고, 경제활력과 구조개혁에 매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농수산물과 유가 등의 하락에 힘입어 1년 전에 비해 0.0%로 정체했으며, 소숫점 이하로는 -0.038%의 하락세를 보였다. 소비자물가가 정체한 것은 물론 소폭이나마 하락한 것은 1965년 소비자물가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사상 처음이다.

이에 따라 우리경제가 경기침체 속에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자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거시정책협의회를 갖고, 물가 하락은 수요 부진보다는 농산물과 국제유가 등 공급측 요인 때문이라며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이 아니다”고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최근 물가와 고용 등 일부 경제지표와 국민 체감도 사이의 괴리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정부의 일관적인 정책대응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김용범 기재부 차관은 지난 3일 열린 거시정책협의회에서 “(사실상 마이너스 물가는) 수요 측 물가상승 압력이 낮은 상황에서 농산물 및 석유류 가격의 하락 등 공급측 요인의 일시적인 변동성 확대에 기인했다”며 “우리나라의 저물가는 수요측 요인보다는 공급측 요인에 상당부분 기인한 것으로, 물가 수준이 장기간 광범위하게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변동성이 큰 공급측 요인과 서민부담 완화를 위해 추진되는 정책요인을 제외한 물가상승률은 1% 초중반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농산물·석유류 등을 제외해 산출하는 근원물가는 1% 내외에서 상승세가 유지되고 있다”가 설명했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도 “소비자물가는 공급 및 정부정책 측면의 하락 압력이 이어지고 전년동월의 기저효과도 있어 최근 크게 낮아졌지만, 연말에는 기저효과가 사라지고 내년 이후에는 1%대로 높아질 전망”이라며 “일부에서 제기하는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우리경제는 수년째 저성장·저물가가 이어지면서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보여왔다며, 이런 상태가 장기화하고 생산인구 감소·부동산 침체 등이 더해질 경우 최악의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디플레에 대한 부인보다 이를 차단할 방책이 더 시급하다는 얘기다.

고용동향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취업자가 45만명 급증하고 실업률이 3.0%로 떨어지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매우 고무적이며 의미있는 변화와 추세가 아닐 수 없다”며 “재정의 마중물 역할 및 정책효과에도 상당부분 기인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자화자찬성 평가를 내놓았다.

물론 홍 부총리도 “우리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경제여건이 결코 녹록지 않고 하방리스크가 확대되는 엄중한 상황”이라며 “수출·투자 부진 극복 등 당장의 경제활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은 물론 고용회복과 분배개선을 위한 맞춤형 정책대응, 중기적 관점에서 우리경제의 구조개혁 및 미래성장 동력 발굴 등에 총력을 기울여 지속적으로 매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지만, 상황인식이 안이하다는 평가다.

지난달 고용지표가 크게 개선됐지만, 지난해 8월 3000명 증가하는데 머무르며 외환위기 이후 최악을 기록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큰 역할을 했다. 체감도를 보여주는 확장실업률(고용보조지표3)도 전체가 11.0%, 15~29세 청년층이 21.8%로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구직활동에 참여했던 일부 계층이 비경제활동인구로 이전하면서 실업률 지표가 개선됐지만, 체감도는 낮은 것이다.

우리경제를 둘러싼 환경은 홍 부총리가 언급한대로 매우 엄중한 상황이며, 가까운 시일 내에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렵다. 우리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중 무역분쟁은 환율분쟁으로 확대되며 거의 전면적인 경제전쟁으로 치닫고 있고, 일본의 수출규제도 출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로 인해 기업들의 투자는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고, 그나마 경기를 지탱했던 소비도 소비자심리가 약화되며 급격히 꺾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시장의 불안도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고 부동산 시장도 불안하다. 이런 상태에서 일부 경기지표가 ‘반짝’ 반등한 것을 마냥 반길 상황이 아니다.

일본은 1980년대말~1990년대초 저성장·저물가로 디플레의 먹구름이 몰려오는 상황에서 경제상황을 오판해 경제정책이 온탕과 냉탕을 오가다 결국 ‘잃어버린 30년’을 맞았다. 일본식 복합장기불황의 그림자가 몰려오고 있다는 절박한 인식 속에 일관성 있는 장단기적 정책 대응이 필요한 것이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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