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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텔 델루나’ 홍자매, “조연 캐릭터들, 주연 위한 보조역 안되게 모두 사연 지녀”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홍정은(45 왼쪽)·홍미란(42), 일명 홍자매 작가는 드라마계에서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2005년 한채영을 처음으로 주인공으로 기용해 크게 히트한 ‘쾌결춘향’이 데뷔작이다. 이들은 “데뷔작은 땜방으로 들어간 것이다”고 전했다. 이후 ‘마이걸’(2005) ‘환상의 커플’(2006) ‘미남이시네요’(2009) ‘내 여자 친구는 구미호’(2010) ‘최고의 사랑’(2011) ‘주군의 태양’(2013)까지 승승장구했다.

홍자매가 만들어내는 판타지 스토리는 누구보다 강했고, 패러디 실력은 누구도 따라올 수가 없었다. ‘환상의 커플’은 조안나와 나상실 두 개의 캐릭터로 한예슬을 마음껏 놀 수 있게 마당을 깔아준 작품이었다. “꼬라지 하고는~”이라고 말하는 한예슬의 안하무인 재벌녀 연기는 한예슬의 스타 탄생과 함께 그해 최고의 인기 대사를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후 너무도 평범한 로맨스에 머물렀던 ‘멘도롱 또똣’(2015)과 컴퓨터 그래픽 사고를 낸 ‘화유기’(2017)로 침체에 빠지기도 했다. 홍자매에게 일본 만화와 유사하다는 등 간간히 따라붙는 표절 논란도 그들이 해결해야 할 숙제였다. 다행히 ‘화유기’ 표절 시비는 법정에서 홍자매의 승리로 끝나 어느 정도 부담을 덜었다.

그런 과정을 거쳐 12%의 시청률을 올리며 종영한 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로 홍자매는 멋있게 재기했다. ‘호텔 델루나’는 올들어 가장 히트한 드라마다. 신의 저주를 받아 죽지 못하고 1300년을 산 괴퍅한 성격의 장만월(이지은)이 ‘달의 객잔(호텔 델루나)’ 주인으로 하버드대 출신의 엘리트 호텔리어 ‘인간’ 구찬성(여진구)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뤘다.

귀신의 이야기에 멜로가 합쳐져 ‘호러맨스’라고 불렸지만,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촘촘하게 엮여 진행된 게 이 드라마의 주된 성공 비결이라 할 수 있다. 드라마 종영후 상암동에서 만난 홍자매는 활짝 웃고 있었다. 이 드라마 하나로 그동안의 고생과 부담감을 날려버릴 수 있었다는 표정이었다. 그들은 왜 귀신 이야기를 좋아할까?

“결국 우리가 잘 하는 걸 하게 되더라. 우주공간에서 어벤저스처럼 벌어지는 히어로 이야기를 만드는 건 쉽지 않다. 귀신은 사람 바로 옆에 있는 친근한 존재다. 여건상 판타지로 만들기에 좋다. 특별히 사후세계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귀신 이야기로 사람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과거 ‘신비한 TV 서프라이즈’를 3년 넘게 하면서 귀신 이야기 제보를 많이 받아봤는데, 이 때 귀신 이야기를 극화하면 재밌겠다는 생각도 했다.”(홍정은)

‘호텔 델루나’는 2013년 시놉시스가 나왔을 정도로 일찍 기획됐다. 하지만 드라마의 주된 배경이 된 근사한 호텔과 CG 작업 등이 여의치 않아 제작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래서 이야기를 살짝 바꿔 ‘주군의 태양’을 먼저 선보였다. ‘주군의 태양’은 배경을 복합쇼밍몰로 정했다. ‘호텔 델루나’는 귀신이 분장하고 툭 튀어나올 수 있어야 해서 호텔 전체를 빌려야 했다. 바닥, 복도가 입체적으로 잘 만들어진 호텔을 지어줘 판타지 공간을 만들 수 있었다.”(홍정은)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에서 판타지를 했는데, 9개 꼬리가 한개씩 없어지면서 죽어간다. 1회때만 CG로 꼬리를 처리하고 그 다음부터는 인형 꼬리를 달고 찍었다. ‘호텔 델루나’는 지난 10년에 걸쳐 CG 기술과 여건이 발달하면서 이뤄진 성과라 할 수 있다.”(홍미란)

이어 홍정은은 “귀신이 너무 무서우면 못본다는 분들도 있다. 무서운 귀신과 안 무서운 귀신을 안배했다. 임금 귀신은 따뜻하고, 장롱에서 나온 귀신은 사연이 있으면서 무섭다”고 전하며, “밤 11시대였다면 더 무섭게 할 수 있지만 밤 9시대가 방송시간이라 아이들도 볼 수 있게 했다. 귀신 비주얼이 무서우면 효과음을 약하게 했다”고 말했다.

‘호텔 델루나’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의 사연을 보면 안타깝거나 따뜻한 이야기들이 많아 함께 울고 웃을 수 있었다. 인물들에게 다양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집어넣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은 작업인 듯 했다.

“조연 캐릭터도 주연을 위한 보조역으로 배치하지 않았다. 주연의 친구나 아버지로 끝나지 않게 사연을 주려고 했다. 드라마는 조연 캐릭터가 사랑받을수록 잘된다. 호텔 델루나의 모든 배역들이 친근감이 들게 했다. 이들이 (저승으로) 가는 게 아쉽고, 짠하면서도 웃음을 줄 수 있도록 만들었다. 드라마가 꽉차보이도록 하려고 노력했다.”(홍정은)

“매회 귀신이 나오는 에피소드를 짜는 과정에서 호텔에 있는 사람들도 모두 이야기가 있도록 했다. 김선비(신정근), 최서희(배해선), 지현중(피오), 산체스(조형철) 등 이들 이야기를 종반부에 다 풀었다”(홍미란)

홍정은은 “처음부터 헤어짐을 전제로 한 만월과 찬성의 케미가 애틋했지만, 이지은과 여진구가 너무 좋은 연기와 케미를 보여주었다”면서 “만월은 캐릭터가 강하고 화려하면서도 쓸쓸함을 담고 있어 아이유(이지은)가 적임자일 것 같았다. 또 여진구도 구찬성을 연기하기에 유리한 이미지다. 여진구가 밝고 착하면서 절실한 찬성을 잘 소화해줬다”고 말했다.

홍 자매는 “둘이 따로 작업 하는 걸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노트북을 하나 놔두고, 두 사람이 앞에 앉아 의논해 첫신부터 마지막신까지 쓰는 방식이다. 앞으로도 위로를 주는 이야기를 계속 쓰고 싶다”고 말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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