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청와대에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과 면담 전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펜톤 국방장관 선임군사보좌관, 랜달 슈라이버 국방부 인도·태평양안보 차관보, 해리 해리스 주한미대사,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연합뉴스] |
[헤럴드경제]랜들 미국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안보 담당 차관보는 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사전에 미국에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슈라이버 차관보는 28일 보도된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 과정에 대해 "구체적 결정에 관해 사전 통고는 없었다"며 "결정 발표 시점에 우리는 (한국이 연장의 옳고 그름을) 아직 검토 중인 것으로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정권의 결정을 우려하며 실망하고 있다. 당면한 북한의 위협이나 중국을 둘러싼 더 장기적 문제라는 안보 환경을 고려하면 3국간의 협력을 계속해야 한다”며 “상호 방위·안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문재인 정권이 결정을 재고하는 것이 가장 유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슈라이버 차관보가 설명한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 과정은 "미국도 이해하고 있다"는 당초 청와대의 설명과는 차이가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지적했다.
슈라이버 차관보의 이런 주장을 두고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소미아 종료 결정 과정에서 한미 간 긴밀한 소통이 이뤄졌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하우스(청와대·Blue House) 투 하우스(백악관·White House)' 형식으로 양국 안보실장 간에 9번을 통화했다"며 "제가 미국에 갔을 때도 우리의 의도를 비롯해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가 철회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를 자세히 말했다"고 전했다.
슈라이버 차관보는 한국에 어떤 방식으로 결정의 재고를 촉구할 것이냐는 물음에 "(재고는) 주권국가의 결단"이라며 "우리에게 가능한 것은 북한이나 중국 문제 등 이번 결정이 낳을 부정적인 측면과 위험, 그리고 이런 문제가 확대일로에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안보 관계·협력은 정치적 의견의 차이와 분리하기를 바란다. 특히 북한이나 중국을 둘러싸고 우리가 공유하는 국익이나 우려에 비춰보면 협력하지 않을 수 없는 안보 환경에 있다는 것은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슈라이버 차관보는 한일 지소미아 종료 후에도 미국이 정보 공유의 중개자가 될 수 있으나 "더 번잡하고 완만해지며 현재의 안보 환경에 최적은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과 일본 사이의 알력이 중국이나 러시아의 도발을 부를 가능성에 관해서는 "(일본과 한국) 쌍방이 유의미한 대화를 하고 다름을 해결할 의지를 갖추고 테이블에 앉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긴장이 이어지면 이익을 얻는 것은 중국, 북한, 러시아"라고 말했다.
그는 지소미아 종료가 한일 동맹에 영향을 주느냐는 물음에는 "우리는 결정의 재고를 바라고 있다"고 재차 언급한 뒤 "한편으로 미국은 한국과 중요한 동맹 관계에 있으며 북한 문제에 중점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동맹 관계는 계속된다"고 답했다.
슈라이버 차관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려를 공유하느냐는 물음에 "우리는 국방부로서 결정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독자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고 대통령이 원하면 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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