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환율전쟁’ 이어질수도
주요 경제국의 중앙은행들이 올들어 대거 금리인하에 나서면서 최근 미국과 중국 간 발발한 ‘환율전쟁’이 ‘국제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과거 소비와 투자 진작을 위해 사용됐던 금리인하 카드가 이제는 통화가치 하락을 통한 경기 부양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전문가들은 저금리 시대에 중앙은행에 택할 수 있는 옵션은 통화가치 절하가 유일하며, 향후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함으로써 ‘약한 통화’의 혜택을 얻고자 하는 중앙은행 간의 이른바 ‘완화 경쟁’이 가시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글로벌 경기 둔화와 더불어 미중 무역전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올해 들어서만 30개가 넘는 중앙은행이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멕시코 중앙은행인 방시코는 15일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8.25%에서 8.00%로 낮췄다. 멕시코가 금리인하에 나선 것은 2014년 이후 처음이다. 불과 열흘 여 전에는 뉴질랜드, 인도, 태국이 일제히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가 경기 침체를 막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 전망하면서도, 중앙은행들이 금리인하에 나서는 ‘목적’이 달라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과거 금리인하가 소비와 대출을 활성화시켜 내수 진작을 도모하는 목적으로 이용됐다면, 오늘날 중앙은행들은 무역수지를 개선하고 물가를 지탱하기 위해 통화가치를 조정하는 용도로 금리인하 카드를 사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저금리 기조가 고착화된 상황에서 금리인하가 내수 소비와 대출을 이끌어낼 여지가 사실상 사라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데이비드 우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국제금리 및 외환 담당자는 “통화정책과 금리의 목표를 ‘환율’로 여기는 시각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면서 “성장도 없는 인플레이션도 없는 상태에서 통화가치 절하는 ‘인플레이션을 수입’한다는 식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중앙은행들이 시행하는 통화정책과 외환과의 연계성이 더욱 짙어질 경우 자칫 국제적인 환율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연방준비제도(Fed) 이사를 지낸 제러미 스타인은 ”중앙은행들이 환율전쟁을 벌일 경우 전면전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함으로서 통화가치 하락의 혜택을 먼저 얻는 일종의 ‘완화 경쟁’이 촉발될 가능성은 높다고 경고했다.
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