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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두색 수의에 포승줄’ 고개숙인 고유정…사건 발생 후 첫 공판 출석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12일 제주시 제주지방법원 202호. 전 남편을 잔혹하게 살해한 고유정(36)이 처음으로 법정에 섰다. 연두색 수의 차림에 포승줄에 묶인 채다. 고유정이 법정에 들어서자 장내는 술렁였다. 사건 발생 80여일 만에 열린 첫 공판이다. 이날 재판은 법정 질서 유지를 위해 방청권 소지자에 대해서만 방청이 허용됐다.

이날 오전 9시 20분 호송차를 타고 법원에 들어선 고유정은 호송차를 둘러싼 취재진에게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차에서 내린 고유정은 머리를 깊이 숙인채 여성 호송관에 둘러싸여 법원 청사로 들어갔다. 고유정은 취재진 앞에서 끝내 얼굴을 들지 않았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정봉기)는 이날 오전 10시 201호 법정에서 살인 및 사체훼손·유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유정에 대한 1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우발적 범죄를 주장하는 고유정 측과 치밀하게 준비된 계획적 살인이라는 검찰의 공방이 이어졌다. 지난달 23일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재판부는 고유정 측 국선변호인에게 우발적 범죄의 증거를 가져오라고 주문한 바 있다. 고유정은 지난 23일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지 않았다.

고유정은 지난 5월 25일 제주시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 A(36)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제주~완도 해상 등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첫 공판에서는 계획적 살인과 우발적 살인이 쟁점이 됐다. 고유정은 지난 6월 1일 경찰에 긴급 체포된 이후 “수박을 자르다가 성폭행을 시도하는 전 남편을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고유정은 전 남편이 자신을 성폭행하려는 것을 저지하다 상처가 났다며, 오른 손에 난 상처를 법원에 증거보전 신청 하기도 했다. 수사당국은 고유정의 손해 난 상처가 범행과 관계 없는 자해흔에 가깝다는 전문가 감정을 받아 놓았다.

수사 당국은 고유정의 계획범죄를 입증할 증거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고유정이 범행 열흘전부터 살해도구를 준비하고, 휴대전화와 충북 청주시 자택의 컴퓨터로 ‘니코틴 치사량’ ‘제주 바다 쓰레기’ ‘호신용 전기충격기’ ‘졸피뎀’ ‘혈흔’ 등을 검색한 점도 수사당국이 계획범죄를 확신하는 이유다.

수사 당국은 특히 범행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살해된 A씨와 자신이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처럼 조작한 점도 확인 했다. 고유정은 A씨를 살해하고 이틀 뒤인 5월27일 오후 2시48분에 강씨에게 “성폭행미수 및 폭력으로 고소하겠어.넌 예나 지금이나 끝까지 나쁜 인간이야”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A씨 휴대전화로 직접 “미안하다. 고소하지 말아달라”로 메시지를 직접 보내기도 했다.

이번 재판은 결국 시신없는 재판이 됐다. 경찰은 지난 5월 25일 사건 발생후 시신 수습에 나섰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경찰은 그동안 사체 추정 뼈를 수거했지만 모두 동물 뼈로 확인됐다.

고유정은 앞서 변호를 맡았다 사임했던 B 변호사를 다시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B 변호사는 “고 씨의 우발적 범행에 대한 객관적 증거를 다수 확인했고 범행동기에서 피고인이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해 참여하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B 변호사 역시 “현재 공소사실 중 살인과 사체 훼손, 사체 은닉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한다”고 밝혔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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