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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克日의 길] 경제격차 크게 좁혀졌지만…내수균형·기초기술·중기육성 등 3박자 필요
경제규모에 비해 구조적 취약…외풍에 견딜 체력·구조 갖춰야

[헤럴드경제=이해준·정경수 기자] 일본의 경제도발에 대한 국민적 반발 속에 이를 경제적 측면에서 일본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진정한 '극일(克日)을 위해선 우리경제가 외풍(外風)에 견딜 수 있는 체력과 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수출과 내수, 즉 내·외수 균형 ▷기초기술의 강화 ▷탄탄한 기술력을 갖춘 중소·중견기업과 대기업의 상생·동반성장 등 3박자가 갖춰져야 이번 일본의 경제도발을 비롯한 제2, 제3의 경제침략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 50여년 동안 경제의 비약적 성장으로 양적 규모 측면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이제는 이를 바탕으로 구조적 약점을 보완하는 게 시급하다는 얘기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배제 등 수출규제에 대한 대응책을 발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무엇보다 대외 의존형 경제구조의 탈피가 시급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2017년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우리나라의 수출 비중은 43.1%, 수입 비중은 37.7%에 달했다. 반면 일본의 GDP 대비 수출 비중은 17.8%, 수입 비중은 16.8%로 우리의 절반에 불과하다.

지난 2017년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우리경제가 큰 홍역을 치른 것이나, 최근 미중 무역전쟁으로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구조적 취약점 때문이다. 일본이 이번에 우리를 공격하는 것도 이 약점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자원이 부족한데다 글로벌 경제시스템도 갈수록 고도화한 분업체계를 구축하고 있어 수출 등 대외교역은 생존의 필수요건이다. 하지만 산업의 공급망 측면이나 가계 등의 소비 측면에서 탄탄한 내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대외 환경변화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경제적 극일을 위해 필요한 기초기술의 강화나 탄탄한 기술력을 갖춘 중소·중견기업의 육성 등도 결국 내수를 확대하는 길이다.

둘째로 내수확대 만큼 시급한 것이 기초기술의 강화다. 현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주요 산업의 대일 경쟁력을 보면 섬유·의류나 생활용품 분야에서는 기술격차가 거의 없거나 따라잡은 반면, 기계, 화학, 플라스틱·고무·가죽 분야에서는 절대적인 열위를 보이고 있다. 전기·전자부문에서는 기술격차를 상당부문 따라잡았지만, 2010년대 들어 다시 확대되는 양상이다. 대체로 제품 생산 측면에서는 일본을 따라잡고 있지만, 각 산업의 핵심 소재나 부품·장비 등에선 여전히 경쟁력이 취약하다.

세째로 이러한 기초기술의 강화는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의 상생 및 협력체계 구축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기술력으로 무장한 소재·부품업체들과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했기 때문이며, 역으로 일본의 소재·부품 업체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도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긴밀한 공급체계,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의 긴밀한 상호관계를 국내에서 발전시켜야 극일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초기술 개발을 위해선 규제완화와 대-중소기업 협업, 연구개발(R&D) 제품의 판로확보 등이 필요하다"며 "기술 개발이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가 어려운 만큼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이 업무영역을 나눠 적극적인 협업을 이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 연구위원은 또 "중장기 투자가 어려운 중소기업이 기초·원천 기술을 확보하고자 할 때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추진 중인 전문연구요원제도의 축소 방침도 이 기회에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일자리를 늘리고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정부 주도로 정책을 펼치고 재정을 투입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한 것처럼 준비없는 재정투자는 낭비"라며 "기초기술도 마찬가지로 재정투자보다는 규제완화가 앞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자원이 빈곤한 한국은 무역이 유일한 생존방법으로 단순히 소재·부품을 국산화하자는 주장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서로 믿고 상생할 수 있는 신뢰를 먼저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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