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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일 경제전쟁] ‘强대强 확전’ vs ‘협상전환’…향후 50여일 고비, 장기화 땐 日도 큰 부담
日 1개 품목 허가 불구 불확실성 여전…수출규제 90일 되는 10월초가 분기점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일본이 1개 품목의 수출을 승인하고 우리 정부도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연기하면서 한일 양국의 강대강(强對强) 대치가 숨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오는 10월초까지 향후 50여일이 확전 또는 협상국면으로의 전환을 가를 중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일본이 반도체 생산소재 1개 품목에 대한 수출을 허가했지만, 불확실성 해소와는 거리가 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함으로써 언제든지 수출을 규제할 수 있어 양국의 긴장도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수출규제가 장기화할 경우 일본 수출업체들의 피해가 커지고 우리 국민들의 불매운동과 여행자제 운동 등으로 일본 경제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수출규제 90일이 되는 10월초가 확전 여부를 가를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한일 양국의 경제보복과 맞대응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향후 50여일이 '강대강 확전' 또는 '협상국면으로의 전환'을 가를 중대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주재하며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

한일 양국의 경제 보복과 맞대응이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이달말까지는 갈등과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많다. 당장 오는 15일은 우리로선 독립기념일인 광복절이고, 일본으로선 패전일이다. 일제의 불법적인 강점과 식민지 수탈, 위안부·강제징용 등 과거사 및 1965년 한일기본협정을 둘러싸고 한일 양국 정부가 현격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양국이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대법원의 배상판결과 이번 경제보복을 둘러싸고 설전을 벌일 것으로 보여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많다.

이어 이달 28일은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이 시행되는 날이다. 일본은 시행세칙인 '포괄허가 취급요령'에서 특정 품목을 개별허가 대상으로 추가하지 않았으나, 일본 정부가 관리령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언제든지 수출을 규제할 수 있어 파장이 불가피하다.

우리 정부는 화이트리스트 배제와 관련된 전략물자는 1194개이며, 실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품목을 159개로 파악하고 있다. 1194개 품목 가운데 민감품목에 해당돼 건별 허가가 적용되는 품목, 국내에서 사용되지 않거나 일본에서 생산되지 않는 품목, 국내 사용량이 소량이거나 대체 수입 등으로 영향이 크지 않은 품목을 제외하면 159개 품목이 영향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이를 관리품목으로 지정해 대일의존도·파급효과·대체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세분화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수출규제가 장기화하면 우리는 물론 일본 기업 및 산업도 부담이다. 일반적으로 경제보복은 관세 인상이나 규제 강화 등을 통한 수입 제한으로 이뤄진다. 상대국 수출 기업·산업에 타격을 가하고, 자국 산업·기업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출 규제는 자국의 수출기업을 볼모로 상대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장기화할 경우 오히려 자국 산업과 기업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2011년 중국이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금지했을 때에도 단기적으로는 일본 산업이 피해를 입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일본이 수입선 다변화와 국산화를 추진해 결국 중국이 손을 든 사례도 있다. 희토류 수출 금지로 중국은 상당한 규모의 일본 시장을 잃었고, 일본은 희토류 중국 의존도를 85%에서 50% 이하로 낮추는 성과를 거두었다. 수출금지는 '경제적 자해행위'라는 얘기도 이 때문에 나온다.

당장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기업들이 타격을 받고 있고, 여기에다 우리 국민들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여행자제 운동이 확산되며 일본 경제에도 주름살이 커지고 있다. 특히 한국인 관광객 비중이 높은 일본 남부 지역의 경우 이달 들어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우리가 소재·부품 등의 국산화율을 높일 경우 일본은 중요한 시장을 잃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일본으로서도 반도체 소재 등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시행한지 90일이 되는 오는 10월 1일에는 수출 허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뚜렷한 명분없이 허가를 내주지 않고, 이로 인해 반도체 등의 생산·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세계경제 공급망을 훼손한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이 고조될 수 있다.

한일 양국의 강대강 대치가 양국 모두에 부담으로 가시화할 경우 일본이 우리 정부의 협상 요구에 응할 가능성이 있다. 일부에서는 오는 10월 22일 일왕 즉위식을 앞두고 특사 등을 통한 협상 가능성을 점치면서, 대표적인 지일파(知日派)인 이낙연 총리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어 행보가 주목된다. 다만 우리가 얼마나 실효적으로 일본을 압박하느냐가 일본의 태도변화를 이끌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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