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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일 경제전쟁]정부, 모든 카드 테이블 위에…日 태도따라 맞대응 수위조절
화이트리스트 日 제외 발표 일단 연기
서류심사 강화·기간 90일 ‘다’지역 신설
日도발 대응의지 확고…단계적 압박 강화
국민안전 관련 농산물·폐기물 등 규제확대
기업·민간 차원 압박 강도도 중요한 변수

정부가 당초 8일로 예고했던 일본에 대한 전략물자 수출입관리 상의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제외 방안 발표를 연기한 것은 일본의 태도에 따라 맞대응 수위를 조절하겠다는 전략적 카드로 읽힌다. 앞서 7일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시행세칙을 공포하면서 개별허가 품목을 추가 지정하지 않고, 또 일본이 지난달 4일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이후 처음으로 반도체 핵심소재의 수출을 일부 허용한 것도 이러한 속도조절의 배경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일본의 이번 경제도발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의지는 확고하다. 한편으로는 일본에 대해 수출규제 및 백색국가 제외 조치의 철회와 함께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국제기구를 통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면서, 일본을 한국의 백색국가 리스트에서 제외하고 농산물·여행·폐기물 등 국민안전과 관련한 규제를 강화하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폐기까지 사용할 수 있는 카드를 모두 테이블에 올려놓고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8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한 ‘일본 수출규제 대응 관계장관회의’와 이낙연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정현안점검 조정회의를 잇따라 열고 일본을 우리나라의 전략물자 수출입 관리 체계 상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고시 개정안을 논의했으나, 이의 발표를 잠정 연기했다.

정부는 현재 ‘가’와 ‘나’ 지역으로 분류된 전략물자 수출지역에 ‘다’ 지역을 신설하고, 일본을 여기에 포함시킨다는 방침이다. ‘가’ 지역은 전략물자를 수출할 때 걸리는 심사기간이 5일 이내로 화이트리스트 국가에 해당된다. ‘나’ 지역은 수출허가를 요청할 때 허가신청서와 전략물자 판정서, 계약서, 서약서 등 제출해야 할 서류가 많지만 심사기간은 15일로, 일본이 한국에 적용한 90일보다 훨씬 짧다.

이에 우리 정부는 전략물자 수출을 위해 제출해야 하는 서류를 강화하고 심사 기간도 90일로 늘리도록 ‘다’ 지역을 신설하고, 일본을 포함시킨다는 계획이다. 일본이 한국을 신뢰할 수 없다며 수출을 규제하고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만큼, 한국도 일본으로의 수출을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이 7일 공포한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시행세칙에서 가장 우려했던 개별허가 품목을 추가로 지정하지 않아 규제의 속도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인데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 소재 등 3건에 대한 수출규제 1개월여만에 1건을 허가한 것으로 알려지자 우리 정부도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8일 산케이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를 단행한 반도체 3개 품목과 관련해 일본 기업이 신청한 1건의 수출을 7일 허가(또는 허가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해당 품목이 반도체 기판용 감광제인 레지스트로 보인다며, 삼성이 수출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물론 이를 일본의 태도 변화로 보기는 어렵다. 일본이 수출무역관리령 시행세칙에서 제재 품목을 추가하지 않았으나 일본 정부가 얼마든지 자의적으로 해석해 수출에 규제를 가할 수 있다. 1개 품목의 수출을 허가한 것도 일본이 수출 금지조치를 한 것이 아니라는 명분을 축적함과 동시에 일본의 수출규제로 글로벌 경제생태계가 훼손된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피하기 위한 전술적 제스처일 수 있다.

때문에 우리 정부도 속도조절 가능성을 보이되, 그동안 천명한 강력한 대응 기조는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이번주말~다음주초로 연기하고, 일본의 태도 변화에 따라 농산품 수입과 폐기물 수입 규제, 여행 제한 등으로 추가 대응의 강도를 높여갈 방침이다.

일본 아베 정부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관건은 우리의 압박 강도로 보인다. 무엇보다 정부와 기업이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국산화와 수입선 대체 전략을 얼마나 신속하면서도 실효적으로 추진하는지 여부가 일본의 태도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와 함께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확산되고 있는 일본산 불매 및 여행자제 움직임이 얼마나 강도높게 지속되느냐도 중요한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때문에 상대를 압박하기 위한 한일 양국의 힘겨루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해준 기자/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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