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경 고시안, 가ㆍ나지역 외 日 포함 '다'지역 신설
확정시 日, 한국산 물품 수입시 산업부 등 수출허가기관 개별허가 받아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유엔총회 기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우리 정부가 일본을 우리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놓고 속도조절에 들어갔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해당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8일 일본을 우리의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내용이 담긴 전략물자수출입고시를 확정할 방침이었으나 추후로 연기하기로 했다.
산업부 한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전 헤럴드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8일 오전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의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일본 수출규제 대응 관계장관회의에서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전력물자수출입고시를 확정하고 발표할 방침이었다”면서 “그러나 회의에서 좀 더 시간을 갖고 검토한 후 발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일본이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시행세칙에서 가장 우려했던 개별허가 품목 추가 지정을 하지 않음에 따라 우리도 대응 수위를 낮춘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전날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시행세칙을 발표하면서 기존 3개 품목 이외의 규제품목을 지정하지 않았다. 또 일본의 언론에 따르면 수출규제 3개 품목의 하나인 EUV 포토레지스트의 한국 수출을 처음으로 허가한 상태다.
우리 정부도 전략물자 전체를 규제하기보다는 일본의 주요 수입 품목을 골라 공략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 기업의 수요가 적지 않은 반도체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이 포함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우리 기업에 역으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
당초 우리 정부는 일본의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의 화이트리스트에서 일본을 배제할 방침이었다. 현재 산업부 장관명인 전력물자수출입 고시에는 전략물자 지역을 가지역과 나지역으로구분한다. 화이트리스트에 해당하는 가 지역은 사용자포괄수출허가를 받을 수 있는 국가를 말한다. 우리의 화이트리스트는 일본, 미국, 영국, 독일, 호주 등 29개국이 있다. 바세나르체제(WA), 핵공급국그룹(NSG), 오스트레일리아그룹(AG),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등 4개 국제수출통제체제에 모두 가입한 나라가 대상이다.
사용자포괄수출허가를 받으면 일정 기간 무기를 제외한 전략물자의 수출 여부, 수출 수량을 수출자가 최종사용자의 사용 용도를 고려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일본이 한국의 화이트리스트에서 빠지면 한국산 물품을 수입하기 위해 산업부 등 수출허가기관의 개별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본이 한국에 대해 취한 조치를 똑같이 돌려주는 셈이다.
산업부는 '가'지역과 '나'지역 외 일본을 포함하는 '다'지역을 신설해 별도로 적용할 규정을 만들기로 했다. 앞서 일본은 한국에 대해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을 내린 뒤 화이트리스트와 그 외 국가를 4개 카테고리로 나누어 기존 백색국가는 그룹A, 나머지 국가군은 그룹 B, C, D로 잘게 쪼개 관리하기로 한 바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일본에 4번째로 큰 수입국이다. 일본 전체 수입액에서 대한국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4.1%다.
한국 전체 수입액에서 대일 수입액이 차지하는 비율 9.6%보다는 작지만, 대한국수입 비중이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규제한다면 일본 산업에 ’카운터펀치‘를 날리는 효과를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수입상품 순위를 보면 석유, 가스, 석탄 등 자원이 1∼3위를 차지하고, 휴대전화 및 무선기기, 전자기기, 자동데이터처리기기, 약제, 일용품, 자동차 등이 뒤를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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