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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갈 길 먼 노인 돌봄택시…“이용자 늘면 서비스 개선 도움될 것”
노인 위한 돌봄택시 두 달…대상자 중 이용자 951명으로 1.4% 그쳐
이용자들, 돌봄택시 운수종사자 전문성과 친절함 긍정적 평가
불편한 예약시스템과 중간 경유 불가는 개선점으로 꼽히기도
26일 이동식(62) 운수노동자가 돌봄택시 이용자에게 안전띠를 채우고 있다[사진=성기윤 기자/skysung@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성기윤 기자] 비가 한차례 쏟아지고 난 지난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병원 건물 앞. 김경미(61) 씨는 병원 건물 입구에서 주춤하고 있었다. 건물과 도로 사이에 낮은 턱이 있어 치매 환자인 어머니가 탄 휠체어를 앞으로 밀기가 어려워서였다. 미리 와 있던 이동식(62) 돌봄택시 운수종사자는 김 씨 대신 휠체어를 잡았다. 그는 “휠체어는 자칫하다가 앞으로 쓰러지실 수 있으니 이럴 때는 뒤로 이동해야한다”라고 설명하면서 안전하게 휠체어를 옮겼다.

이 운수종사자는 돌봄택시의 뒤쪽에 마련된 휠체어 전용칸에 휠체어를 밀어넣어 고정시키고, 이용자에게 안전띠를 채웠다. 운수종사자의 능숙한 솜씨를 지켜보던 김 씨는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김 씨는 “오늘 처음 이용해본다”면서 “굉장히 친절하시고 전문적으로 준비된 분들이 해주시니까 그것도 너무 믿음이 간다”면서 만족스러워 했다.

보건복지부가 12억원 가량의 예산을 들여 서울특별시택시운송사업조합과 함께 운영하는 장기요양 이동지원 서비스인 ‘돌봄택시’가 27일로 시범운영을 시작한 지 꼭 두 달이 됐다. ‘모두타는 돌봄택시’라고 적힌 50대의 흰색 스타렉스 차량은 거동이 불편한 1~4등급 재가요양급여를 받는 노인들의 이동을 돕고 있다. 정부는 이용자들에게 돌봄택시 전용카드를 통해 매달 5만원 씩 지급한다. 택시 요금은 일반 택시와 같고 여기에 서비스요금 5000원이 추가 된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이용자가 극히 적기 때문이다. 재가수급자의 원활한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시작된 돌봄택시지만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실제 이용하는 사람의 숫자가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서울시에 거주하는 1~4등급 장기요양 재가급여 이용자는 6만7000여명이다. 하지만 이중 돌봄택시를 이용한 인원은 지난 14일 기준 951명으로 1.4%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식 운수종사자는 “노인분들이 찾아가서 카드 만들고 전화로 예약하기가 쉽지 않다. 복지관 같은 곳에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해야한다”고 말했다.

돌봄택시[사진=성기윤 기자/skysung@heraldcorp.com]

이용자들은 돌봄 택시 이용에 불편을 호소하기도 한다. 김경미 씨의 남편 김연태(61) 씨는 돌봄택시 이용에 대해 “100% 만족한다”면서도 “하지만 120% 만족을 위해서는 운전자뿐 아니라 도우미도 같이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보호자 혼자서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노인 한 명을 외출시키기가 힘에 부치기 때문이다. 김 씨는 “어머니를 휠체어에 앉히고 내리는 것이 굉장히 힘들다. 성인 두 명이 해도 어려워 오늘도 도와달라고 지인을 불렀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택시를 이용하면서 중간 경유를 하지 못하는 것도 큰 불편함으로 꼽힌다. 이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경우 한 번 외출할 때 여러 가지 볼 일을 한번에 봐야하지만 돌봄택시는 경유나 왕복이 불가해 여러번 예약과 외출을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고 이용자들은 지적한다.

예약이 번거롭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돌봄택시는 원칙적으로 최소 하루 전까지 예약을 해야 이용할 수 있다.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원하는 시간대를 말하면 확인 후에 가능 여부를 문자나 전화로 회신해준다. 불가능할 경우 다시 전화를 해 예약해야 한다. 허벅지를 다쳐 병원에 가기 위해 돌봄택시를 이용한 황호대(77) 할아버지는 “예약이 너무 안된다. 오늘도 대여섯 번은 콜센터에 전화를 했다”면서 “9시 되냐고 물어보면 없다고 문자오고 다시 전화해서 8시반 되냐고 물어보면 없다고 또 문자 오고 될 때까지 계속 전화를 해야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국가에서 대대적으로 하는 사업인데 한번 통화로 가능한 시간을 고르도록 해야지 지금은 너무 불편하다”고 강조했다.

서울특별시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현재는 홍보가 많이 안돼 있어 예약 시스템 구축에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다. 앞으로 많은 분들이 이용해주시면 차차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시범운영 기간으로 앞으로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해 시스템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sky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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