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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찜통 경비실에 시원한 바람을”…착한 에어컨 설치 확산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이명수 기자] 대전시 서구 둔산동 녹원아파트 주민들이 찜통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해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근 아파트들도 '착한 에어컨' 설치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 등으로 경비원을 줄이는 아파트가 늘어나는 분위기 속에서 관리비 인상에도 불구하고 경비원들과 상생 방안을 마련한 성숙한 공동체의 모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30일 대전시 서구 등에 따르면 둔산동 수정타운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 18일 경비실 에어컨 설치 안건을 통과시켰다.

일부 대표들이 무더위에 고생하는 경비원들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제안했고, 다른 대표들이 적극 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아파트는 조만간 경비실 19곳에 에어컨을 설치할 계획이다.

1천만원에 이를 에어컨 설치 비용은 그동안 비축한 시설 충당금을 쓸 방침이다.

전기요금은 각 세대가 십시일반 부담한다.

이 아파트 하상희 입주자 대표는 “경비원들에게 경비실은 직장이나 다름없는데 요즘 에어컨 없는 직장이 어디 있느냐”며 “가정 경제가 어렵다 보니 단돈 몇 푼이라도 아끼는 분위기인데, 경비실 에어컨 설치에 대해 잘했다는 주민들이 많아 놀랍고 기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루라도 빨리 에어컨을 설치해야 했는데, 너무 늦어진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라며 “경비원 아저씨들이 쾌적하게 여름을 보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인근 국화동성아파트도 최근 225만원을 들여 경비실 5곳에 벽걸이형 에어컨을 설치했다.

입주자 대표들이 제안했고, 주민들이 흔쾌히 찬성한 것이다.

한 주민은 “한낮에 경비실에 들어가 보면 찜통이 따로 없는데, 에어컨을 설치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너무 반가웠다”며 “가구당 커피 한 잔 값만 절약하면 되는 문제인데 왜 진작 결정하지 못했는지 아쉬움도 든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한여름 경비실 내부 온도를 측정해 보면 40도가 넘는다”며 “주민들의 시원한 결정에 경비원들도 감사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녹원아파트 주민들은 전기요금 부담 등을 이유로 입주자 대표들이 거부한 경비실 에어컨 설치 문제를 주민투표로 통과시켰다.

주민들은 추가 관리비가 들더라도 경비원들을 위해 에어컨을 설치하자고 뜻을 모았고, 전체 주민 1천200명 중 618명이 참여한 주민투표에서 유효투표자 461명 가운데 456명이 경비실 에어컨 설치에 찬성했다.

이 아파트는 최근 경비실 11곳에 에어컨을 설치하고 자축 행사도 했다.

전문가들은 물질적 가치를 중시하는 동시에 함께 사는 사회의 중요성을 인식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김정동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한 주변 아파트들 사례를 보며 우리가 왜 이 부분을 신경 쓰지 못했느냐며 동의하는 분위기가 퍼지는 것 같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함께 사는 사회를 고민하는 분위기가 전국적으로 확산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husn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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