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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계 사면초가]투자 미루고 줄이고…더 움츠린 기업들
전략 수정 어렵고 불확실성 커져
하이닉스부터 車업계까지 호소
“투자 활성화 위해 과감한 감세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딜라이트 홍보관에서 관람객들이 웨이퍼 등 반도체 관련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

미·중 무역 분쟁에 한·일 갈등까지 국내 기업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하반기 글로벌 경기 둔화와 내수 부진, 수출 경기 침체 등 대내외 변수로 인한 중장기 전략 설정도 ‘산 넘어 산’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 기업들이 하반기 사업계획을 세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전자업계는 물론 친환경 자동차 등 산업 전반의 후폭풍이 예상된다.

올 2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 밑으로 내려간 SK하이닉스가 대표적이다. 회사는 내년 예정된 설비 투자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수출 규제를 비롯한 글로벌 수요 하락에 따른 감산 조치다.

SK하이닉스는 D램은 4분기부터 감산해 내년까지 감산할 계획이고, 낸드 플래시는 웨이퍼 투입량을 15% 이상 줄이기로 했다. 또 청주 M15 공장의 추가 클린룸 확보를 재검토하고, 내년 하반기 준공 예정인 이천 M16 공장의 장비반입 시기를 수요상황을 고려해 탄력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인위적인 생산 조절은 없다’는 원칙을 밝힌 삼성전자도 공정 전환 등 생산 물량을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경영계 관계자는 “상반기 세웠던 투자계획을 수정해야 하지만 하반기 변수가 많고 전망이 불투명해 이를 실천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는 업체들이 많다”며 “선진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내년 이후 청사진을 그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도체와 함께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자동차산업도 마찬가지다. 상반기 판매량 감소에도 그나마 우호적인 환율이 받쳐준 가운데 하반기 ‘하투(夏鬪)’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양새다. 실제 현대자동차와 한국지엠(GM)에 이어 르노삼성자동차까지 노조의 과도한 임금 및 단체협약 요구에 노사 갈등이 커지고 있다. 전면 파업이 현실화하면 공장 가동률 하락과 수출 물량 감소는 불가피하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효자 모델과 신차 생산에 있어 노사 갈등은 장기적으로 회사에 큰 불이익을 가져다줄 수밖에 없다”며 “특히 국내 업체의 경우 증산 합의가 비교적 수월한 해외공장에서 실적을 보완하더라도 국내 생산량을 유지하지 못하면 하반기 대규모 손실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들의 내년 사업계획 수립에도 난항이 거듭되고 있다. 미·중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완벽한 갈등 해소까지 긴 호흡이 예상돼서다. 지난 16일 개정된 채용절차법과 임금 조건 공개 의무화, 최저임금까지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실제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하반기 기업 경영환경 전망 및 시사점’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54%가 하반기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영변수 중 가장 큰 부담 요인은 ‘미·중 무역 분쟁(43.6%)’을 꼽았고, 61.4%가 ‘하반기 수익성 향상’을 우선순위로 설정했다고 답했다.

기업의 사업 계획이 차질을 빚으면 제2의 후폭풍은 관계사와 협력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일본이 독과점 소재나 원료 부문에서 분석을 마친 만큼 한·일 갈등은 더 고조될 수 있다.

정부는 세법개정안을 통한 기업 투자 활성화에 팔을 걷었지만 저성장의 늪에 빠진 경제를 살리려면 과감한 감세 정책이 동원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대내외 경기 하방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경제 펀더멘털 강화와 민간주체의 심리 회복을 도모하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며 “주력산업 경쟁력 제고 외에도 경제 선순환 구조의 출발점인 기업 투자 활성화에 주력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정찬수 기자/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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