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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조업 독립·脫일본” 외치지만…규제에 실현가능성은 ‘미지수’
“R&D 인력 주52시간 예외 허용 등 규제완화는 헛다리짚기”
국산화 자체 목표 안돼…기업 경영 적합한 솔루션 선행돼야
[헤럴드DB]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할 것으로 보이면서 수출 규제 품목이 전방위로 확대된다는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그동안 일본에 의존해 온 부품·소재 등을 장기적으로 국산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산화 주체인 기업들은 ‘탈(脫) 일본’을 위해 ‘탈 규제’를 외치지만 첩첩한 규제로 가로막힌 경영환경에 이를 실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대기업의 책임을 강조하면서 정치·외교 발(發) 위기에 대한 부담을 시장에 지나치게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28일 외교가와 재계 등에 따르면 일본은 반도체 소재 등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발표한 데 이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절차 시행이 임박한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이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이를 강행한다면 수출 규제 품목은 800여개로 크게 늘어나 기업에 직접적인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일부 규제 완화를 선언했지만 재계 안팎에서는 ‘정부가 여전히 핵심을 못 짚고 있다’는 불만이 크다.

앞서 정부는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R&D) 과정에서 연장근로가 불가피할 경우 특별연장근로를 한시적으로 인정하고, 조속한 기술 개발이 필요한 핵심 R&D 과제를 중심으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한편, 제품 개발에 필요한 경우 화학물질에 대한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고 신규 화학물질의 신속한 출시를 돕는다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는 “소재 국산화는 몇달이 걸릴지 몇년이 걸릴지 모르는 일이고, 지금 필요한 것은 기술개발이 아니라 불화수소 등 제품 자체”라며 “R&D에 대한 지원책은 즉각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보다는 강력한 화학물질 관련 규제를 해결하는 게 먼저 선행돼야 한다”며 “화학물질을 들여오거나 취급할 때 신속한 절차를 어렵게 하는 화학물질등록평가법(화평법)·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등을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국산화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이 국내에서든 국외에서든 경영 환경에 맞는 부품·소재를 자유롭게 선택·도입 수 있는 환경이 더욱 중요하다는 시각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국산화가 일정부분 필요하기도 하지만 설령 국산화를 실현한다 하더라도 가격은 일본산이 더 쌀테고, 특히 불화수소는 반도체 공정의 필수 소재지만 고부가제품이 아니라 국산화 필요성 자체가 크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불화수소의 대일 수입 의존도는 43.9%고,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99.999% 고순도 불화수소로 한정하면 일본의 의존도는 90% 이상으로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고순도 불화수소라 해도 톤당 2800달러 선에서 높지 않은 가격이 형성돼 있고, 연간 사용량은 3만5000톤 가량에 불과해 직접 개발하는 것보다 구매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설명이다.

기술력으로 무장한 ‘똘똘한 중소기업’을 장기적으로 육성해내는 데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대기업에게 상생협력을 요구하는 정치권에 대한 토로도 이어졌다.

한 기업 관계자는 “현재 중소기업 육성에 대한 정부 지원책은 단순 지원금 교부 등이 중심이 돼있어 안일한 중소기업계를 조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정부가 대기업에게 대중소기업 상생을 요구하면서 책임을 전가하려고 하기 보다는 중소기업을 탄탄한 로드맵으로 키우는 데 실패한 정부 정책 자체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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