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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리핀서 바나나 직접 재배…농사가 아니라 배움이죠”
작년부터 현지서 바나나 농장 직접 운영
‘프리미엄 상품’ 으로 글로벌 기업과 승부
오 대표가 운영하는 필리핀 바나나 농장에서는 다양한 프리미엄급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여러 테스트를 통한 투자가 진행 중이다. [진원무역 제공]

수입과일 유통을 맡고 있는 오창화 진원무역 대표에게 가장 의미있는 과일은 ‘바나나’다. 수입과일 중 가장 비중이 크기도 하지만 ‘진원무역의 시작’이라는 의미도 있기 때문이다. 진원무역의 첫 걸음은 창업자이자 아버지인 고 오영훈 회장이 꾸린 작은 바나나가게였다. 국내에서 10년 간 바나나 농사를 직접 지을만큼 바나나에 대한 오 회장의 열정은 컸다.

바나나는 큰 위기속에서도 끝까지 버텨준 고마운 과일이기도 하다. 수입 바나나의 공급과잉이 이뤄지면서 1990년대 수많은 업체들이 쓰러졌지만 진원무역은 흔들림없이 판매를 지켜왔다. 오 대표가 남다른 애정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과일이다. 지난해부터는 아버지처럼 바나나 농사를 직접 하고 있다. 국내가 아닌 해외 농사를 통해서다.

“2017년부터 건설한 필리핀 자체직영 합작투자농장을 통해 지난해 11월에는 필리핀 다바오 농장에서 바나나를 정식으로 생산했습니다. 40만평(약 86만㎡)의 농장에서 연간 40만 상자(약 5600톤)를 수확하고 있어요.”

오 대표에게 바나나는 다국적 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야 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국내 바나나 시장 역시 ‘돌’(DOLE)이나 델몬트 등 글로벌 메이저업체들의 점유율이 높다. 몸집이 거대한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규모가 작은 토종업체가 선택한 전략은 ‘고품질 바나나’다. 이런 선택에는 중국 시장의 빠른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 잘 팔리는 바나나 조건이 바뀐 것이다. 오 대표는 “이전에 중국에서는 저가 바나나의 소비가 월등히 높았지만 최근 대형마트가 많아지면서 고급 바나나를 찾는 중국인들이 늘어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사실 고품질의 바나나 생산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오 대표는 바나나 농사를 ‘단순한 농사짓기’가 아니라 “배우는 과정”이라고 표현한다. 일명 ‘바나나병’으로 불리는 ‘파나마병’을 버틸만한 품종은 생산량이 적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필리핀 농장에서는 여러 테스트를 통한 투자가 진행 중이다. 농약을 적게 뿌리거나 유기농 비료, 효소 등의 이용을 통해 다양한 프리미엄급 상품을 만드는 식이다. ‘수입지역의 다변화’도 전략 중 하나. 필리핀 바나나에서 벗어나 2014년부터는 중남미산 수입에도 뛰어들었다. 다국적 기업과의 경쟁을 위해서는 공급처를 다변화할 필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에도 오 대표의 사람과 사회를 위한 따뜻한 시선이 녹아있다. 공정무역을 통해 현지인과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기를 원한다.

“필리핀에서 생산한 바나나가 현지 지역사회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도 신경쓰는 부분이에요. 페루 유기농 바나나처럼 공정무역을 통한 수입 비중도 늘릴 계획입니다. 좋은 품질도 중요하지만 차별화된 상품 가치가 더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제 소비자들도 가치있는 상품에 눈을 돌릴 것이라 기대합니다.” 늘 소외 계층을 뒤돌아보는 그의 시선과 제품의 차별성이 맞닿은 전략이다. 오 대표다운 신념이다. 육성연 기자/gorgeo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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