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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플 & 스토리] “한국 농산물 산업 북한 진출하면 南北 모두 윈윈”
트럼프 방한때 경제인간담회 초청받은 유일한 중소기업인
국내 수입과일 유통1위 진원무역 오창화 대표
오창화 진원무역 대표는 “한국 기업이 북한에서 대규모 농사를 지을 수 있다면 먹거리 문제가 해결되는 동시에 기업도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기간이었던 지난달 30일.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경제인과의 간담회에 초청한 기업인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이었다. 내로라하는 20여명의 기업인 중 눈에 띄는 중소기업인이 있었다. 바로 진원무역의 오창화 대표(49)다.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오 대표의 참석은 자연스레 주목을 끌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보다 규모는 훨씬 작지만 사실 진원무역은 국내 수입과일 유통업체 1위 기업이다. 지난 5월 소니 퍼듀 미국 농무부 장관의 방한 시에도 초청을 받기도 했다.

“무슨 얘기를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는 오 대표가 이 자리에서 꺼낸 이야기는 그의 ‘착한’ 생각들이 엿보이는 주제들이었다. 그는 남다른 경영철학을 갖고 있다. ‘회사의 규모를 키워서 사회적 약자 지원을 늘리는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오 대표는 이 두 가지 목표를 충실히 이뤄낸 인물이다. 지난해 작고하신 아버지(오영훈 회장)가 설립한 진원무역을 연 매출 2000억원 규모로 성장시킨 동시에 사회적 약자 지원 사업을 성실하게 지켜왔다. 그의 이름 앞에 ‘착한 경영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여진 이유다.

▶농산물 산업, 북한 진출 허락된다면 = 화제를 모았던 간담회 당일 분위기는 예상외로(?) 큰 부담감 없이 흘러갔다. 지난 12일 서울 강서구 진원무역 본사에서 오 대표를 만나 간담회 뒷 이야기와 경영철학을 들어봤다. 오 대표는 그날 트럼프 대통령의 도착이 늦어지면서 주한미국대사관과 한국대사관측, 기업인, 미국 고위당국자들간의 대화가 두 시간 가량 이어졌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아직도 많은 북한 주민들이 식량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 만일 한국 기업이 북한에서 대규모 농사를 지을 수 있다면 먹거리 문제가 해결되는 동시에 기업도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에 쌀만 보낼 것이 아니라 스스로 먹거리를 해결하도록 농업 발전을 돕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미국의 대북제재가 여전한 가운데, 쉽게 꺼내기 어려운 주제였지만 정치적 이념을 떠나 같은 동포로서 가지는 인도적 차원의 고민이었다. 평소 북한의 농업에 대한 관심, 그리고 통일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확고한 생각도 북한 진출 소망을 높이게 했다.

“북한은 넓은 땅과 노동력이 있어요. 한국은 농업기술과 인프라가 훌륭하죠. 이를 결합한다면 경제적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인의 입장에서도 북한은 충분히 가능성 있는 시장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감소하는 인구문제로 국내 농산물시장은 한계에 도달할 수 밖에 없으며, 북한은 이러한 국내 시장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북한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중국·일본 등으로 수출할 수도 있다. 오 대표는 “다만 한국과 미국, 북한과의 협력관계가 잘 이뤄져야 민간기업의 진출이 쉬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창화 대표가 다섯 자녀와 함께 활짝 웃고 있다. 오 대표 부부 앞에 서있는 쌍둥이(앞줄 왼쪽부터 첫번째 두번째)가 가슴으로 낳은 두 딸이다. [진원무역 제공]

▶딸 쌍둥이 입양한 오 대표, “모든 아동은 가정에서 자랄 권리 있어” = 오 대표가 언급한 두 번째 이야기는 미국으로 입양간 한국인의 시민권 문제다.

“2014년 이전에 미국으로 입양간 한국인 중에는 시민권을 얻지 못한 경우가 많아요. 이 문제가 법적으로 처리되도록 미국 고위당국자들에게 요청했습니다.”

오 대표의 발언은 실제 본인의 삶에서 비롯된 관심과 간절함이기도 하다. 그는 가슴으로 낳은 아이를 키우고 있다. 아이가 없어서는 아니었다. 대가족을 원하는 아내의 바람과는 달리, 아들 둘을 낳은 후 8년 간 임신이 되지않아 마음 고생을 했다. 그때 입양을 결심했으나 아내의 임신소식이 전해졌고 셋째(딸)도 낳았다. 그리고 넷째까지 가졌으나 안타깝게도 아이가 태어난 지 하루 만에 하늘로 떠났다. 오 대표가 예전부터 생각했던 입양을 실행하게 된 가장 큰 계기다. 그리고 한 명도 아닌 딸 쌍둥이를 입양했다. 나중에는 쌍둥이를 극진히 사랑했지만 처음에 완강히 반대하셨던 아버지를 어렵게 설득했다. 그렇게 오 대표는 2남3녀의 ‘다둥이 아빠’가 됐다.

“입양은 지금 생각해도 참 잘한 결정이었어요. 입양사실을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입양의) 좋은 점을 사회에 전달하고 싶습니다.”

오 대표의 직함은 다양하다. 진원무역 대표 외에도 전국입양가족연대 대표·한국입양홍보회 이사 등의 직책을 맡으며 바쁜 일정을 보낸다. 지난해에는 ‘입양인의 날’ 기념행사에서 대통령표창도 받았다. 가족 얘기에는 미소가 절로 나오지만 국내 입양 현실을 언급할 때의 목소리에는 힘이 실렸다. 그는 “우리나라 요보호아동의 양육시설 수용률이 매우 높다”며 “아이는 시설보다 가정에서 부모 사랑을 받으며 자라야 한다”고 거듭 말했다.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게 사업의 원동력” = 시끌벅적한 대가족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사업도 그를 움직이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오 대표는 매달 미혼모 가정과 독거노인이 있는 12개 쉼터에 과일을 보내는 등 사회적 지원사업에 힘쓰고 있다. 독실한 크리스천으로서 가지는 기독교적 영향도 있지만 장학재단에 꾸준히 기부를 해온 창업자 오 회장의 나눔 정신도 담겨있다.

물론 사회 환원사업도 회사 이익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오 대표는 경영인으로서의 능력도 갖췄다. 1964년 선친이 설립한 작은 가게를 국내 최대 수입과일 유통기업으로 키워냈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수년 간 글로벌 청과회사인 ‘돌’(DOLE)에서 근무하며 실력을 쌓았지만 진원무역에 입사하자 3년 간 연이은 난관에 부딪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이겨내고 사업을 키워내는 데는 동생인 오충화 전무의 도움도 컸다. “형제가 이렇게 우애깊게 사업을 키우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2016년 아시아지역의 생과·채소 사업에서 뛰어난 성장을 보인 회사에게 수여하는 상인 ‘아시아 푸르츠 어워즈’(ASIA FRUIT AWARDS)를 받을 당시 주위에서 이러한 축하 인사말이 전해졌다.

지난 2015년 매출액(2073억원)의 정점을 기록한 진원무역은 현재 투자 방향을 전략적으로 바꿨다. 이익이 나지 않은 사업은 규모를 줄이는 대신 ‘고품질·다각화’를 통한 내실 있는 성장을 목표로 삼았다. 오 대표는 “1인 가구의 등장과 식사 후 과일을 따로 먹는 경우가 줄어들면서 과일 소비 트렌드도 바뀌었다”며 “새로운 제품구성이나 유기농처럼 고품질 상품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오 대표는 ▷필리핀 농장 사업 ▷시장이 점점 커지는 견과류 ▷미리 손질된 과일인 ‘프레쉬컷’(FRESH CUT) 판매 ▷직영 온라인몰인 ‘만나몰’ 등을 통해 사업을 다각화시켜 나갈 예정이다. 이러한 계획에는 그의 단골 고민거리도 녹아있다. ‘사회적 약자를 어떤 사업을 통해 도와줄 것인가’라는 문제다. 이날 오 대표가 가장 강조한 말 역시 “사회적 약자 지원 문제가 제 인터뷰 내용보다 사회적으로 더 이슈화됐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의 인생관과 경영철학의 하모니가 만들어 낼 작품에 기대감이 높아지는 이유다.

정리=육성연 기자/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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