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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CT규제샌드박스 6개월]고무줄 잣대에 발목잡힌 신기술
-모빌리티·헬스케어 등 처리 결과 제각각
-사회갈등·無규제 등 하반기 난제 산적
-연내 주요 규제개선 ‘30건’ 목표 불투명
-“타부처 차관급 반대, 과기부 장관 설득 못해”
ICT규제샌드박스 심의위에서 참고한 대표적인 해외 사례. 미국 부스터처럼 해외서는 주유배달서비스가 트렌드로 급부상했지만 국내서는 부처 간 이견으로 규제해소 처리가 보류되고 있다 [부스터 제공]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4차 산업혁명 시대 신기술과 혁신 서비스 발전을 위해 도입된 ‘ICT규제샌드박스’가 오는 17일로 시행 6개월을 맞는다.

불합리한 법·제도 개선까지 장시간이 걸려 기업들이 신속하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토대는 마련했지만, 일관성 없는 기준과 부처 간 조율 부진에 신기술 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규제 개선이 헛돌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연내 주요 규제 개선을 30건까지 확보하겠다는 목표지만, 남은 하반기 부처 간 첨예하게 엇갈리는 과제 중심이어서 이 같은 목표 달성은 어려울 전망이다.

▶표면적 성과 이면 불균형=과기정통부는 규제샌드박스 제도 시행 6개월 동안 총 77건의 과제를 접수받아 45건을 처리했다. 겉으로 보면 처리율은 6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전체 처리 건수 중 27건이 신속처리다. 이는 기업들이 신기술·신산업 관련 규제가 존재하는지, 허가가 필요한지 여부를 물어 30일 이내 정부 회신을 받는 제도로 비교적 간소하게 처리될 수 있다.

반면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를 거쳐 난상토론을 통해 처리하는 임시허가와 실증특례는 각각 6건, 8건에 그쳤다. 전체 처리 건수 의 각각 13%, 17%에 해당한다. 기업들은 기존 규제 적용을 받지 않는 임시허가나 신기술이나 서비스를 시험하는 실증특례를 필요로 하지만 정작 처리율은 낮은 셈이다.

같은 산업 분야라고 해도 특정 안건만 처리되는 실정이다. 모빌리티 분야에서 애플리케이션 기반 택시동승을 중개하는 서비스와 헬스케어 분야에서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로 심장관리하는 서비스 등이 처리됐지만, 동일 분야 내 다른 안건들은 여전히 보류 상태다.

금융위원회 규제샌드박스 상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는 대부분 통과됐지만, ICT규제샌드박스에서는 암호화폐를 적용한다는 이유로 블록체인 해외송금서비스가 신청 7개월째 원점을 돌고 있다.

▶융합형 규제개선 본시험대=ICT규제샌드박스의 향후 더욱 큰 과제는 각종 융합형 규제들을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승차공유와 같은 사회 갈등형 문제와 암호화폐처럼 명확한 규제가 없는 사안 등이 대표적이다.

심의위원회 안팎에서 최근 택시동승 중개서비스를 처리한 점은 높게 평가하지만, 여전히 대형택시· 승합렌터카 합승 서비스, 승합렌터카 기반 승차공유 플랫폼, 앱기반 택시 배송 서비스 등은 주요 해결 과제로 꼽히고 있다.

과기정통부 내에서도 “승차공유와 같은 사회갈등형 과제들이 계속 접수되고 있어 심의위원회와 별개로 정부 합동 부처를 통해 큰 틀의 해결책이 먼저 나와줘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에 조만간 국토교통부가 발표할 택시와 타다의 상생안에 과기정통부 측도 주목하고 있다.

암호화폐 또한 외국환관리법을 주관하는 기획재정부를 비롯 각 부처들의 의견이 엇갈려 명확한 정부 입장부터 수립되지 않는 한 ICT규제샌드박스를 통한 해결은 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해외에선 ‘부스터’ 등 주유배달 서비스 스타트업이 활발히 성장하며 로열 더치 셀 등 다국적 에너지 대기업도 이 시장에 진출하고 있지만, 국내서는 안전 문제로 충돌하며 규제샌드박스 내에서 맴돌고만 있다.

▶위원장 장관→총리 격상 목소리=구조적으로 현행 ICT규제샌드박스 제도만으로 신기술 규제개선을 혁신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실제 심의위원회에 참여하는 한 위원은 “위원장이 과기정통부 장관이지만, 다른 부처 차관급 위원이 반대할 경우 장관이 직접 나서 이를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지금 심의위 내에서는 특정 부처의 이견을 수렴해 대안을 내놓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른 심의위 위원도 “부처 간 의견을 조율하려면 지금의 위원장을 장관급이 아닌 총리로 격상해 각 부처의 이견을 종합하고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돼야 한다”며 “지금까지 처리된 안을 보면 부처끼리 그나마 이견이 좁혀진 일종의 ‘선의의 합의’가 있을 때만 처리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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