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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코비치, 윔블던 테니스 역대 최장 ‘5시간 명승부’ 끝 막판에 웃었다
두 차례나 ‘챔피언십 포인트’ 내주고도 승리
4시간57분 혈투서 페더러꺾고 대회 2연패
“‘로저’ 경기장 일방적 응원, ‘노박’으로 들려”
1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이긴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가 경기가 끝나자마자 코트에 주저앉아 기뻐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 7-6〈7-5〉 1-6 7-6〈7-4〉 4-6 13-12〈7-3〉. 한 테니스 경기의 스코어다. 스코어만 봐도 상당히 치열했던 경기임을 알 수 있다. 1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2019 윔블던 테니스 대회(총 상금 3800만파운드·약 558억원) 남자 단식 결승의 경기 결과다.

다행히 올해 개정된 규정 덕에 마지막 5세트가 13-12로 끝날 수 있었다. 윔블던은 지난해까지 마지막 세트의 경우 타이 브레이크 없이 한 선수가 2게임 차 이상으로 앞서야 승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부터 게임 스코어 12-12가 되면 타이 브레이크를 치르도록 규정이 바뀌었다, 그래도 경기 시간은 4시간57분으로, 역대 윔블던 결승전 사상 최장 시간이었다. 경기를 치른 두 선수는 경기 시간이 5시간을 넘기지 않은 것에 만족해야 했다.

이렇게 치열했던 경기의 승자는 누구였을까. 바로 노박 조코비치(1위·세르비아)였다. 조코비치는 ‘대접전’ 끝에 로저 페더러(3위·스위스)를 3-2로 물리쳤다. 대회 2연패를 달성한 조코비치는 우승 상금 235만파운드(약 34억7000만원)를 받았다.

올해 1월 호주오픈 정상에 오른 조코비치는 이번 시즌에만 두 차례나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했다. 그는 윔블던에서만 2011·2014·2015·2018년에 이어 통산 5회 우승을 일궜다. 호주오픈 7회, US오픈 3회, 프랑스오픈 1회를 더해 메이저 대회 단식 우승 횟수를 16회로 늘렸다. 이는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 최다 우승 부문에서 20회의 페더러, 18회의 라파엘 나달(2위·스페인)에 이은 3위 기록이다.

조코비치는 이번 승리로 페더러와 상대 전적 26승 22패를 기록했고, 윔블던에서 페더러와 네 차례 만나 3승 1패 우위를 유지했다. 특히 윔블던 결승에서만 2014·2015년에 이어 올해까지 세 번째로 페더러의 우승을 저지했다.

세트 스코어 2-2로 치열했던 두 사람의 승부는 5세트에서도 계속됐다. 결국 게임 스코어 12-12까지 승부를 내지 못하고 또 타이 브레이크에 돌입했다. 타이 브레이크에서 조코비치는 페더러의 실책이 연달아 나오는 틈을 타 4-1까지 달아나 승기를 잡았고, 페더러는 이어진 자신의 두 차례 서브를 모두 득점으로 연결하며 4-3으로 추격했다. 그러나 조코비치 역시 자신의 두 차례 서브에서 모두 득점, 6-3을 만들며 페더러를 벼랑 끝으로 몰아, 결국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 경기 전까지 종전 윔블던 최장 시간 결승전 기록은 2008년 나달과 페더러 간 경기로, 무려 4시간48분이 소요됐다. 당시 나달과 페더러의 경기는 나달의 3-2(6-4 6-4 6-7 6-7 9-7) 승리로 끝났다. 현지 시간으로 오후 2시35분에 시작한 경기가 밤인 9시16분에 끝났다. 비 때문에 3세트와 5세트, 두 차례 경기가 중단된 시간까지 포함하면 무려 6시간41분이 걸린 것이다.

이날 승리한 조코비치는 71년 만에 윔블던 남자 단식 결승에서 매치 포인트를 내주고도 우승한 선수로 기록됐다. 조코비치는 5세트 게임 스코어 7-7에서 자신의 서브 게임을 내줬고, 이어진 페더러의 서브 게임에서도 40-15로 끌려갔다. 연달아 두 포인트를 따내야 듀스를 만들 수 있는 위기에서 조코비치는 페더러의 포핸드 실책과 자신의 위너를 묶어 위기에서 벗어났다.

1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로저 페더러(스위스)를 따돌리고 우승한 노박 조코비치(왼쪽·세르비아)가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다. 시상식에 함께 참석한 페더러의 모습이 경기장의 대형 화면에 비춰지고 있다. [EPA]

페더러는 한 포인트만 가져왔더라면 만 37세 11개월로 프로 선수들의 메이저 대회 출전이 허용된 1968년 이후 최고령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 우승 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를 놓쳤다. 윔블던 남자 단식 결승에서 매치 포인트를 잡고도 이기지 못한 사례는 1948년 존 브롬위치(호주) 이후 올해 페더러가 무려 71년 만이다. 당시 브롬위치는 밥 팔켄버그(미국)와 결승에서 2-3(5-7 6-0 2-6 6-3 5-7)으로 졌다.

영국 팬들은 어쩌면 마지막 우승 기회가 될지도 모르는 페더러를 더 많이 응원했다. 영국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은 페더러는 서브 에이스 25-10, 공격 성공 횟수 94-54, 총 포인트 218-204로 우위를 보였으나 고비마다 나온 실책으로 인해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경기 후 조코비치는 “불행하게도 이런 경기에서 한 명은 져야 한다”며 “팬들이 ‘로저’를 더 많이 외쳤지만 나에게는 ‘노박’이라고 들렸다"고 말했다. 두 차례 ‘챔피언십 포인트’를 잡고도 우승을 놓친 페더러는 “그런 엄청난 기회를 놓친 것을 빨리 잊으려고 노력하겠다”며 “둘 다에게 우승 기회가 있었다. 나는 나의 경기력에 만족한다”고만 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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