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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시민들 지키다 남는 건 ‘손해배상’ 뿐?
교통단속 중 운전자 제압 중 상해 입혀 4억3000여만원 배상 판결
경찰 “공무 집행에 소극적 될까 우려”
강화된 음주단속 기준을 적용하는 이른바 '윤창호법' 시행 첫날인 25일 오전 강원 춘천시 거두리의 도로에서 경찰이 출근길 음주 단속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성기윤 기자] 최근 법원에서 교통 단속을 하다 운전자에게 상해를 입힌 사건이 발생하자 국가가 거액의 손해배상을 하라고 판결하면서 일선 현장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무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거액의 배상 판결을 내릴 경우 일선에서의 경찰 행정은 결국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1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문혜정 부장판사)는 A씨가 경찰관으로부터 상해를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는 A씨에게 4억30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지난달 28일 내렸다.

2012년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서 불법 끼어들기를 하는 A씨를 경찰이 적발했다. 경찰이 A씨에게 범칙금을 부과하는 과정에서 A씨는 경찰의 어깨 등을 잡으며 마찰이 있었고 경찰은 다리를 걸어 A씨를 제압했다. A씨는 이때 다리를 다쳤다고 이를 근거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A씨는 월 1500만원 이상의 고소득자였던 것으로 알려져 국가가 배상해야할 손해배상 금액은 4억원을 훌쩍 넘었다.

이례적으로 높은 배상금 판결에 대해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은 국가에서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하고 사안에 따라 해당 경찰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게 돼 있다. 그러나 현장 경찰들은 아무래도 공무집행에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일선 경찰 관계자는 “공무집행은 당연히 적법절차에 의해서 하는 게 맞다”라면서도 “현장상황은 굉장히 급박하게 돌아가는데 순식간에 돌방상황이 발생할 때 경찰에게 전지전능함을 바라는 것 같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법원에서 현장 상황을 고려했다면 그런 과도한 판결이 나지는 않았을 것 같다. 결국 경찰관들이 소극적이고 무사안일주의로 빠지게 될 우려가 있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경찰청에 따르면 공무로 인해 경찰이 시민에게 고소를 당하는 건수가 연간 200여건에 달한다. 고소의 이유는 집회 시위 등 현장 조치에서 경찰에게 정신적·재산적 피해를 입었다는 것 등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득자일수록 손해배상 금액이 많다면 결국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고소득자에 대해서는 검거에 더 소극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어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4억3000만원은 평생 모아도 모으기 힘든 돈이다”라면서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고소득자여서 이런 배상액이 나왔다면 결국 유전무죄가 되는 것 아니겠나. 시민들에게 ‘무조건 손해배상 청구하겠다’라는 인식이 퍼질 수 있다”라고 꼬집었다.

한편 경찰 내부에서도 이런 현장 경찰들의 어려움을 알리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월 이른바 ‘대림동 사건’이라 불린 사건의 해당 경찰관들이 피의자를 상대로 ‘112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경찰관계자는 “현장 경찰관들의 어려움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작은 계기를 만들려고 112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두 경찰관은 피의자들을 제압하는 과정을 담은 동영상이 온라인에 올라오면서 ‘경찰이 미숙하게 대처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두 경찰관은 피의자들로부터 폭행과 욕설로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봤고, 불필요한 논란까지 불거져 공무원으로서 사기가 저하됐다는 점 등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sky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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