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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물 국회’ 피멍드는 기업 “국회 정상화가 더 무섭다”
-상반기 국회 파행…상속세법ㆍ서비스산업발전법 등 혁신성장 올스톱
-일각선 “국회 정상화가 더 무섭다” 공정거래법ㆍ상법 등 옥죄는 법안 더 많아
-“핵심소재 1조 투자,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국회 ‘위기인지감수성’ 문제” 한탄
-박용만 상의 회장 “日 치밀하게 준비하는데 우린 비난하기 바빠” 작심 비판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식물 국회’에 기업들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와중에 4일 일본 경제보복이 본격 시작되면서 전 세계가 자국 보호주의로 치닫고 있지만 우리 국회는 파행을 거듭하며 혁신성장을 위한 법안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 경제 ‘최후 보루’인 반도체를 볼모로 치밀한 수출규제 포문을 열었지만 우리 국회는 본회의 일정도 못잡고 여야간 정쟁만 일삼고 있다.

재계에서는 정부의 재벌개혁 기조와 잇단 기업 수사 등으로 전반적으로 위축된 가운데 기업 활동에 절실한 규제 개혁이나 산업 정책은 여야 정쟁에 묻히고, 총선용 경제 공약이 난무하면서 기업들만 ‘피멍’ 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급기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지난 3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권을 향한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박 회장은 “일본은 치밀하게 정부 부처 간 공동작업까지 해가며 선택한 작전으로 보복을 해오는 데 우리는 서로 비난하기 바쁘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어 “다들 전통산업의 한계를 인식하고 폭풍처럼 다가오는 미래사회를 예견해서 첨단기술과 신산업에 몰입한다”며 “우리는 기반 과학도 모자라는 데다가 신산업은 규제의 정글 속에 갇히다 보니, 일을 시작하고 벌이는 자체가 큰 성취일 정도의 코미디 상황”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가끔 도움이 되는 법도 만들어지긴 하더만 올해는 상반기 내내 (국회가) 개점 휴업으로 지나갔다”며 “이 모든 쓰나미의 와중에, 어쩌라는 것이냐. 이제 제발 정치가 경제를 좀 놓아주어야 할 때 아니냐”고 반문했다.

꽉 막힌 국회를 바라보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박 회장은 지난 3일 "정치가 이제는 경제를 놓아달라"며 정치권을 향해 작심 비판했다. 사진은 작년 9월 20대 국회에서만 10번째 국회를 방문해 규제개혁을 호소한 박 회장의 모습. [연합]

실제 상반기 국회 파행으로 상속·증여세법, 조세특례제한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활성화를 위한 입법 현안은 줄줄이 표류했다.

대한상의는 앞서 지난 5월 경제활력을 되살리기 위해 기업투자 유인정책 강화가 시급하다며 상속세제 개선과 투자인센티브 강화 등 6대 현안을 국회에 건의했지만 진전은 없었다.

역설적으로, 재계 일각에서는 “국회가 정상화되는 것이 더 무섭다”는 견해도 있다.

공정거래법·상법 개정안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등 기업을 옥죄는 법안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일감몰아주기 대상 확대와 전속고발권 폐지, 지주사 규제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지주사 체제 전환 비용 증가와 일자리 창출 저해, 고소·고발 남발로 인한 중소기업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 화학제품 성분과 함량, 유해성 신고를 의무화하는 화관법은 기업 노하우 공개로 기업과 산업 경쟁력 저하를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지배적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 경제보복으로 우리 기업은 정치싸움에 새우등이 터지고 있다”며 “규제 철퇴를 해도 모자랄 판에 새로운 규제가 겹겹이 쌓여가고 있다”고 한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회의 ‘위기인지감수성’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미중일 등 한국 경제에 직격탄을 주는 국가들이 작심하고 한국 간판 기업들을 겨냥하고 있는데 정치권은 표심에만 집착하며 ‘무대책이 대책’으로 일관해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부랴부랴 정부와 여당이 일본 수출규제 발동 하루 전날 핵심소재·부품·장비 개발에 매년 1조원씩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그것이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이 아니면 무엇이냐”며 울분을 토했다.

신동엽 연세대 교수(경영학과)는 혁신성장을 위해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 교수는 “역대 정부의 규제건수를 보면 김대중 정부일 때 가장 줄었고, 노무현 정부일 때 유지한 반면, 이명박·박근혜 정부일 때 가장 많이 늘었다”며 “규제는 좌우의 문제가 아니라 권위주의 정부일 때 늘어난다”고 말했다.

자기의사결정권을 유지하고 군림하려는 권위주의 정부에서 규제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DJ정부에서는 대통령이 청와대에 규제현황판을 만들고 매일 점검하며 장관들을 독려해 규제를 줄였다”면서 “규제혁파는 정부가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지침을 내리는 것만으로 결코 이뤄지지 않는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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