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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연연 미래유망기술] ⑧인간 ‘소장’ 빼닮은 장기 제작…임상시험 대체한다
생명연, 인간과 흡사한 소장 오가노이드 제작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줄기세포연구센터 손미영 연구팀이 소장 오가노이드를 개발했다. [생명연 제공]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줄기세포는 수명이 다해 죽거나 손상된 기존 체세포를 대체하고 각종 성장인자를 분비해 기존 체세포의 치유와 활성화를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줄기세포에서 분화된 세포의 크기를 장기 수준으로 키워내면 이를 이식수술에도 활용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든 장기는 인체 장기와 흡사하기 때문에 동물 실험이나 임상 시험을 대체해 쓰일 수도 있다.

그런데 줄기세포에서 분화된 세포로 만든 조직은 기본적으로 미성숙한 태아의 수준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장 오가노이드'는 지난 2011년 분화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그 기능은 생체의 본래 성능에 못 미쳤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에서 분화시킨 세포를 체외에서 배양하거나 재조합한 유사 생체조직을 말한다.

이렇다 보니 그동안 국내외 연구팀은 오가노이드를 쥐에 이식해도 어떤 물질이 쥐의 체내에 관여하는지 명확하게 규명할 방법이 없었다. 대장이나 소장, 심장 뿐 아니라 뇌의 오가노이드가 약 3~5㎜ 정도 크기로 다양하게 제작됐지만 더 높은 수준의 기술이 요구된 이유다.

이런 가운데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줄기세포연구센터 연구팀이 체외에서 오가노이드를 기능적으로 성숙시키는 기술을 최초로 개발했다. 연구팀을 이끄는 손미영 생명연 줄기세포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인간의 실제 소장과 유사한 성능을 가진 오가노이드를 제작했다.

연구팀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모든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전분화능 줄기세포'를 활용했다. 전분화능 줄기세포는 배아 단계인 내배엽세포부터 시작해, 후장 스페포이드세포라는 조직화 단계를 차례로 거쳐 소장 조직으로 분화된다.

특히 연구진은 기존의 소장 오가노이드의 유전자와 단백질 발현 능력이 떨어진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분화능 줄기세포에 저카트(Jurkat) T세포 등의 면역인자를 넣어 오가노이드를 배양했다. 저카트 T세포가 분비하는 화학물질이 장내 세포들의 면역반응을 돕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로 만든 소장 오가노이드에는 인간의 소장 조직에 포함되는 4가지 종류의 세포가 모두 내포돼 있었다. 포도당을 이용하는 흡수세포와 점액을 생성하는 배상세포, 호르몬을 생성하는 내분비세포, 그리고 현재 기능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장샘 바닥에 존재하는 파네스세포 등이다. 그 기능이 제대로 작동될 뿐만 아니라 이를 쥐에 이식해 크기가 자라는 것도 확인했다.

손미영 연구원은 "인체의 소장과 유사한 기능을 갖춘 세계 최고 수준의 오가노이드 모델을 제시한 첫 성공 사례"라며 "신약 후보 물질의 효과를 검증하는 임상연구에 활용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손 연구원은 "당장 실용화 시기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보다 면밀하게 분화 요건을 파악해 완벽한 오가노이드를 만들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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