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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환경 악당 국가’ 대한민국
몇주전 올해의 ‘지구 생태 용량 초과의 날(Earth Overshoot Day)’이 발표됐다. 과학자와 생태학자들의 단체인 ‘글로벌 탄소발자국 네트워크(GFN)’가 매년 계산해 발표하는 데이터다. 지구가 1년동안 생산해내는 모든 생태자원을 인간이 과연 며칠만에 다 써버리느냐를 나타낸다.

올해의 지구 생태 용량 초과의 날은 7월 29일이다. 8월도 되기 전에 지구인들이 올해치 생태자원을 다 써버린다는 이야기다. 그 이후는 5개월 동안은 결국 지구를 파괴해, 미래 세대의 몫을 가져다 쓰는 셈이 된다. 생태용량 초과의 날이 7월이 된 것은 GFN의 계산이 시작된 이래 올해가 처음이다. 1971년의 생태용량 초과의 날은 12월 29일이었다. 50년도 안되는 사이에 생태용량초과의 날이 5개월이나 빨라졌다.

데이터를 보고 “인간들이 너무 무책임하다”고 쉽게 다른 나라 사람들을 탓할지도 모르겠다. 환경에 관한 문제이니 관성적으로 ”이게 다 중국 때문이야“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남 탓 할 때가 아니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한 수 위’의 생태소비 국가다. 우리나라의 올해 생태용량초과의 날은 4월10일이다. 딱 100여일이면 우리나라의 1년치 생태자원을 다 써버린다는 이야기다.

그럼 중국은? 6월14일이다. 우리보다 두 달이나 늦다. 많이 쓰기도 하지만 그만큼 많은 생태자원을 생산해내기도 하는 게 중국이다. 대한민국은 또 카타르, UAE, 미국, 호주 등과 함께 세계에서 생태용량을 가장 빨리 소비하는 10여개국 가운데 하나다. 특히 지난 2016년에는 국가 면적 대비 1인당 소비량이 가장 큰 국가로 꼽히기도 했다.

사실 한국은 환경분야에서 그렇게 모범국가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기후 악당 국가이기도 하다. 2016년 영국 기후행동 추적(CAT)이 선정한 ‘세계 4대 기후악당국’에 꼽히기도 했다.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 속도가 빠르고 기후변화 대응이 미흡하다는 이유에서도. 올해 나온 국가별 기후변화 대응 지수(CCPI)에서도 대한민국은 100점 만점에 28.53점으로 조사대상 60개국 중 57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한국인들이 소비하는 생태자원의 충당하기 위해서는 8.5개의 대한민국이 필요했다. 세계에서 제일 높은 비율이다. 사실 요즘 해외에서 가장 ‘핫한’ 이슈는 환경이다. 더 정교한 데이터들이 지구 환경의 종말에 관한 전망을 예언하면서 각국이 훨씬 더 적극적으로 환경문제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환경문제에 대해서 만큼은 유독 잠잠하다. 언제나 처럼 환경보다는 통일이나, 먹고사는 문제, 정치적 이슈가 가 항상 더 우선 순위에 선다. 안타까운 것은 환경운동의 주인공이 되어야 할 젊은 세대들도 마찬가지가 되어버렸다는 점이다. SNS건 TV건 젊은세대의 컨텐츠에서는 어느덧 싸게 많이 쓰는 ‘가성비’가 핵심 키워드가 되어 버렸다. ‘아껴쓰고, 덜쓰자’는 이야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 같은 유명한 10대 환경운동가들이 독일, 미국, 호주 등은 물론 인도네시아에서 조차 속속 등장하고, 매주말이면 세계각국 수십만의 학생들이 수개월째 광장으로 나와격렬하게 시위를 벌이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풍경도 찾아볼 수 없다. 이 역시 기성세대가 가르쳐 주지 않은 탓이다. 

홍승완 미래산업섹션 4차산업팀장 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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